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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가 일반도로로 전환됐다. 이관 구간은 경인고속도로 전체 22.11㎞ 가운데 인천 종점인 남구 용현동에서 서인천나들목까지 10.45㎞, 왕복 6차 도로인데 이로써 경인고속도로 기점은 인천항 시점에서 서인천나들목으로 바뀌게 됐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에서 신월까지 9.97㎞ 구간을 지하 고속도로(6차로)로 만들고, 지상 8차로는 일반도로로 전환할 계획이라 한다. 서울시는 이미 1985년 양평동에서 신월나들목 구간을 경인고속도로 구간에서 분리시켜 일반도로로 전환했으니, 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는 대세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건설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의 일로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당시 1962년부터 1966년까지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부가 의도했던 경제개발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송부문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특히 수도 서울과 인접해 있고 동시에 항구를 지니고 있는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은 인천항과 서울로 이어지는 도로의 고속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또한 산업 구조상 단거리 운송으로 기동성이 요구되면서 도로 교통에 의한 운송시대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도로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산업경제, 사회생활, 여가선용, 국가방위 등 전반에 걸쳐 근간을 이루는 혈맥이라 볼 수 있는데, 당시의 운송 분담은 철도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육상도로의 투자는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부문 투자가 저조했던 것은 산업 구조적으로 운송 분담이 높았던 철도시설 투자에 집중된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도로 확충에 필수적인 건설 장비와 원자재 부족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다가 1964년 울산 정유공장 준공으로 아스팔트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서 기존 도로의 확충 및 포장이 본격화되고 고속도로, 산업도로, 자동차전용도로 등이 생산 활동과 사회 활동에 직결되면서 도로 개발이 속속 진행되게 됐다.

 경인고속도로는 1967년 3월 착공하는데 본격적인 공사는 1968년 4월부터 시작해 1차로 서울∼가좌 간 23.5㎞가 1968년 12월 21일에 완공되고, 이어 포장 공사가 미뤄졌던 가좌∼인천 용현동 간 6㎞가 1969년 7월 21일 개통됐다. 공사가 완료된 20일은 때마침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날이었기 때문에 ‘아폴로 하이웨이’라 명명하기도 했지만 경인고속도로 개통 소식은 오히려 매스컴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불운도 겪어야 했다.

 고속도로의 등장으로 사회전반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특히 운송산업과 토목기술의 축적 경험을 얻게 된 건설산업은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임해지역인 인천은 항만을 배후지로 하는 지역 특성상 대규모 공업단지와 시설이 개발되고, 도로시설과 연계되면서 수도권 주변의 내륙 도시들과의 유통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경인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인천항 수출입 화물의 절반 이상을 실어 나르는 경인고속도로는 물류 기능보다는 승용차 위주의 출퇴근 도로로 변질돼 고속도로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다. 나아가 인천항만의 선박이 오래 지체되는 체선 현상과 육상의 교통 체증에 의한 물류비 증가가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있었다. 그리하여 기존 경인고속도로의 확장, 제2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도로가 건설됐다.

 지난 50년간 경인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발달한 시가지 사이의 통행 불편 문제가 생겨 났고 소음·분진 등 환경문제 등은 결국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폐지를 시작으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직선화 및 경인고속도로 일반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됐다. 경인고속도로는 경인철도와 함께 인천의 오랜 역사성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미래의 가치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일반화된 도로의 편의성이다. 선험적 사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 정부의 정책 제시가 건실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용돼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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