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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북한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로 그 첫발을 뗀 한반도의 정세변화 움직임은 남북이 서로 특사를 교환하는 가운데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의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 및 태권도시범단이 서울에 파견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뒤이어 미국과 북한 간의 5월 중 정상회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절대권력 승계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비공식으로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와 동시에 우리 측 160여 명의 예술단과 20여 명의 태권도시범단이 지난달 31일부터 3박 4일간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2005년 가수 ‘조용필’의 평양 단독콘서트 이후 무려 13년 만에 각기 단독공연과 합동공연 등을 가졌다.

 특히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약 2시간 동안 ‘남북 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측 예술단의 공연에는 김 위원장과 그의 부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내외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이번에는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그 여세를 몰아 다음에는 가을이 왔다는 주제로 서울에서 공연을 하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어 3일에는 우리측 예술단이 평양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삼지연관현악단과 함께 ‘남북 예술인들의 연합무대 : 우리는 하나’가 1만 2천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 밖에도 우리측 예술단과 함께 평양을 찾은 태권도시범단은 2002년 9월 평양에서 공연을 가진 이후 물경 16년 만인 지난 1일과 2일 태권도전당과 평양대극장에서 2천300여 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기 ‘점화, 가슴에 불을 붙이다’와 ‘4월의 꽃 환희’라는 주제로 절도 있는 시범을 보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런 여러 공연을 통해 남북한은 실로 오랜만에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의 틀을 해소할 수 있는 ‘마음속의 빙벽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민족적 동질감을 함양시킬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됐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 모두는 일면 반가움과 기쁨, 환희를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맺혀있는 한과 응어리를 채 풀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과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번 남측예술단 및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직접 본 북한 주민들의 숫자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처럼 겨우 2천∼3천명, 당·정·군의 최고위간부와 그들의 친인척 등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 당국이 이런 관람의 제약성을 극복해 이들 공연을 민족적 동질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과 자세를 가졌었다면 응당 공연 장면을 현지에서 실황 중계했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적어도 내부 사정상 그것이 어렵다면 하루라도 빨리 TV 등 방송매체를 통해 녹화방송을 내보낸다면, 보다 많은 북한주민들이 이 공연을 보고, 서로간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남측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한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계속하는 대화와 회담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단 70여 년 동안 남북 주민 간에 알게 모르게 쌓여진 갈등과 반목, 대립과 적대감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문화예술-체육교류라 생각된다.

 이런 비정치적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잦아지고 많아질수록 남북한 주민 간에 마음의 장벽은 그만큼 낮아지고, 결국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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