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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지난 3월 29일 고용노동부는 조합원이 9만여 명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해 제출한 노조 설립신고서를 받아들여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통합노조로 출범해 처음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지 9년 만에 ‘법외(法外)노조’ 굴레를 벗게 된 것이다.

전공노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규약을 뒀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다섯 차례나 설립신고서를 반려당했었다.

전공노가 합법노조가 됨으로써 앞으로 공식적으로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 조건을 협상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전공노가 향후 ‘공직사회 내부의 건전한 비판자로서 개혁을 견인하고 공공부문에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또한 전공노가 공무원들의 근로 조건 개선뿐 아니라 공무원의 ‘영혼 회복’에도 힘써 종래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영혼 있는 공무원들’로 변신해 참된 국민의 공복이 되길 바란다.

 한편, 전공노가 합법적 지위를 회복했듯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조속히 합법적 지위를 회복하게 되길 바란다.

그런데, 전공노와 전교조 등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노조 탄압이 이전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작과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최근 국정원 감찰 결과 밝혀졌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 설립의 자유’를 국가기관이 나서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관련된 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정보통신(IT)기업 네이버(NAVER)에 노동조합이 결성됐다고 한다. 네이버 사원노조는 지난 2일 직원들에게 보낸 ‘선언문’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투명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네이버는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우리의 자부심은 실망으로 변했다"라며 "아이티업계 선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최근의 동향(전공노의 합법적 지위 회복, 네이버 등의 기업에서 활발한 노조의 설립)이 나타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사회’를 지향하겠다고 나선 데 영향 받은 바 클 것이다.

 그런데, 우울한 소식도 있다.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수천 건의 문서를 확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서 중엔 2013년 공개된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노조 와해를 위해 작성한 문건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지난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50쪽 분량의 ‘노조 와해 지침’이 담긴 S그룹 문건을 폭로해서 큰 파문이 일었었는데, 당시 삼성은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고소·고발된 삼성그룹 경영진에 대해 2015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금번에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으니, 삼성 관계자들이 뒤늦게나마 처벌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디 삼성은 ‘노조가 불필요한 좋은 회사’라는 허울 좋은 명분하에 헌법에 보장된 ‘노조 설립의 자유’를 침해해온 과거를 반성하고, 불법적 ‘무노조 경영’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노조를 경영의 반려자로 인정해야 한다).

 과거에 자행한 노조 파괴 행위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했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했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부당 노동행위’로 정해 금지하고(제81조 제1호), 그 위반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0조). 검찰과 법원의 추상 같은 법 집행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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