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왕인 벚꽃이 개화하면서 경기도청에도 벚꽃이 가득 피어났다.

 도청사 일대는 청사 내와 인근 팔달산, 수원화성을 화려하게 수놓은 200여 그루의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때문에 해마다 열리는 경기도청 벚꽃축제 현장에는 20만 명 이상의 상춘객이 다녀가는 벚꽃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야간 조명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벚꽃 야경은 벚꽃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경기도청 벚꽃축제는 올해 32회째다. 수십 년 동안 수원시민은 물론 도내 전역에서 찾아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만큼 도청 벚꽃축제는 나에게도 많은 추억거리를 선사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축제 현장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는 만개한 벚꽃이 가득하다. 나와 동생 손에는 솜사탕도 쥐어져 있다. 축제 현장에서 어머니가 사준 먹거리다.

 대학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통닭과 맥주를 사 들고 도청 잔디밭에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1년 내내 도청을 가까이에 두고 생활해 왔지만 머릿속 추억과 사진 속에 자리한 도청의 기억은 모두 벚꽃이 가득하다.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도청을 출입한 뒤에도 매년 찾아오는 벚꽃을 보며 봄의 기운을 느꼈고, 이맘때면 도청 안팎에 울려 퍼지는 동네 꼬마들의 웃음 소리에 미소 짓기도 했다.

 즉, 도청 벚꽃축제는 누군가에게는 추억거리고, 또 다른 이에겐 추억이 될 명소 중의 명소다.

 하지만 올해 벚꽃축제에서는 벚꽃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상 예측 실패로 벚꽃이 진 뒤 축제가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청 인근 주민이면 축제 기간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벚꽃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도청 정문과 후문, 잔디운동장 등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과 내 어린 시절 추억인 솜사탕, 떡볶이 등 먹거리를 만날 수 없다.

 자연의 흐름을 인간이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아쉽지만 솜사탕은 내년 벚꽃축제 때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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