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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삼수 끝에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어렵게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막을 내린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드론쇼와 북한의 극적 참여 등으로 평창올림픽은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감동 속에 잘 막을 내렸다. 대회 직전 갑작스러운 북한의 통 큰 참여 결정으로 일부에서는 평양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만의 상황을 놓고 보면 남과 북이 만나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그 여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 같은 형세라면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은 물론 북미 간의 핵 갈등이 동시에 해소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이지만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현재는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고 성급한 낙관이나 비관도 금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인 해빙 분위기와는 달리 올림픽 활강 경기가 열린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복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 현상이다.

 관광자원의 특성 중 개발 요구성과 환경 보호성이란 두 속성이 있는데 개발 요구성이란 최소한의 개발을, 환경 보호성은 가능한한 환경을 보존해야만 하는 속성이나 불행이도 이 두 성질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는 없다. 즉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모두 잡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올림픽 경기장 중 유일하게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곳인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국제스키연맹의 기준(거리 3km 이상, 표고차 800m 이상, 경사도 17도 이상) 준수를 위해 가리왕산에 건설됐다.

 문제는 가리왕산이 조선시대부터 산삼 채취 숲으로 보호해 온 우리나라 최고의 활엽수림 지역으로 생태 환경이 아주 우수한 지역이라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등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다른 후보지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경기장 시설을 한 곳에 모아 선수들이 이동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야 올림픽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평창과 가까운 정선 가리왕산에 건설됐고 당시 환경단체의 반발도 컸지만 결국 복원을 전제로 경기장은 건설됐다.

 그러나 올림픽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산림 복원과 경기장 존치를 놓고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어 또 한 번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약속대로 올림픽이 끝났기 때문에 이곳은 다시 원래의 모습인 산림으로 복원될 예정이지만, 체육계와 지역주민들은 올림픽 유산으로 스키장 존치를 요구하고 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 또한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갈등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관기간인 산림청은 복원을 전제로 강원도와 조직위에서 국유지를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가적인 합의가 없는 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과연 원래의 천연림으로 복원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몇 년에 걸쳐 조림 사업이 진행되고, 묘목이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큰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루려면 다시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국민들은 훼손된 환경의 사후 관리와 복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반드시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보아야만 한다. 이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의 복원과 관리는 올림픽 성공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고 또한 그러지 않는다면 이러한 환경파괴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미 우리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 일본의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대회 시 스키장을 건설하는 과정에 자연을 크게 훼손했다. 이후 훼손된 지역의 생태 복원을 위해 생태복원센터까지 만들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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