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재조명 사업에 발 벗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22일 정약용 선생이 1801년 유배를 갔던 시기에 맞춰 ‘2018 남양주 정약용의 해’ 선포식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남양주 정신문화의 전통성을 전 세계로 알리는 기회이자 역사학적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시는 다산 유적지를 세계적인 청렴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민(民)’이 주체가 된 행복한 남양주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본보는 다산 선생의 청렴정신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을 적셔 줄 올해 남양주시의 계획을 미리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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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묘역.
# 백성과 함께 한 「목민심서」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8년 8월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학문에 뜻을 품고 연마하던 시절 부친의 부임지를 따라다니며 직접 본 지방의 현실을, 암행어사로 경기북부지역을 살피고 18년 동안 강진 유배지에서 함께 지낸 백성들의 삶과 고초를 지켜본 아픔을 고스란히 녹인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선생은 지방관을 민중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방관이 지녀야 할 업무 능력과 자질, 인격, 행동거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현재 행정관료들이 ‘지방관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목민심서」의 주된 내용에 공감하며 교과서로 인정하는 이유다. 선생은 「목민심서」를 짓고 고향인 남양주 마현마을(현재 조안면 능내리)로 돌아왔다.

선생이 돌아가신 지 100년이 지난 1936년, 정인보 선생 등 민족 선각자들은 일제강점기의 비참한 현실에서 민족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약용 선생 서거 100주년 기념 학술행사’를 추진했다. 이후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고, 정약용 선생의 가치를 찾고 확산하는 것은 주로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최근 박물관과 도서관 등 기관의 성격에 따라 문화사업이 소규모로 진행되기도 했지만, 국민적 칭송을 받는 역사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기념사업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올해를 정약용의 해로 선포했다. 선포식은 석창우 화백과 남양주시립합창단의 컬래버 퍼포먼스, 시민 다산 선언 등으로 구성돼 자신의 어려움을 통해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선생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시는 정쟁이 판을 치던 18세기 이후 조선 르네상스를 대표하고 현재와 미래의 발전 방향을 찾는 길을 열어 준 정약용 선생의 의지를 널리 알린다는 각오다. 특히 남양주뿐 아니라 서울·강진·과천 등 선생의 역사적 발자취가 남은 곳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크고 작은 기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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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유적지 내 정약용 동상. <남양주시 제공>
다산의 인본주의 사상을 세계로

시는 ‘정약용, 마침내 고향에 돌아오다’를 주제로 한 기념사업을 통해 선생의 인본주의 사상을 세계사적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서거 182주기인 지난 4∼5일에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지속가능한 발전, 정약용에게 묻다’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해 선생의 애민사상과 실학사상을 토대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래 산업 전문가, 한국학과 정약용 연구전문가, 미래 인류사회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SDGs와 연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인류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세계화의 첫 사례이자 학계 연구 형태의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심포지엄의 대미는 조안면 다산유적지에서 시민들이 함께 준비해 봉행하는 ‘제182회 다산 추모제향’이 장식했다.

# 정약용 청렴 목민 학당

시는 오는 10월까지 공무원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선생의 청렴정신과 공직자의 자세를 일깨우는 ‘목민학당’을 기획했다.

매주 목요일을 ‘목민학당 가는 날’로 정해 다산유적지에서 진행하며, 국가인재원 올해의 강사로 선정된 김상홍 전 단국대 부총장 등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목민심서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다산유적지를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청렴의 메카로 각인시킨다는 각오다.

릴레이 캠페인 프로그램인 ‘정약용 후예들이 걷는 15일간의 여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듣고 보기만 하는 청렴사상이 아니라 공직자 스스로 체현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0년 전 유배지인 강진부터 고향인 남양주까지 선생이 걸었던 540㎞를 걸으며, 목민심서에 담긴 ‘백성이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이벤트도 함께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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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인 여유당 전경.
#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남양주가 유서 깊은 역사문화 전통과 빼어난 녹색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고장임은 누구나 인정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며 정약용 해배,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을 축하하는 예술공인인 ‘남양주음악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선생은 정조 임금이 낸 시험을 보고 관료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고 청렴한 관직생활을 의미’하는 공렴(公廉)정신을 관료생활 내내 실천하고자 했다.

시는 ‘정약용 과거시험 행사’를 통해 이를 재현키로 했다. 조선시대 과장(科場)으로 돌아가 정약용 선생의 시각으로 우리 시대의 사회현상을 진단하면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짚어 보기 위한 재현 행사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만큼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 기념 공동 순회전도 열린다. 남양주역사박물관과 강진군 다산기념관·과천시 추사박물관이 공동 기획해 진행하는 전시회는 정약용 선생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매개로 19세기 새로운 지성사를 연 교류의 현장과 문화를 전시 방식을 통해 연출한다.

다산문화제와 인문지식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도 열려 남양주와 정약용을 전국적·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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