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6일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틀 후 백운규 산업통상부장관의 방문에 맞춰 해제는 했지만, 사무실 집기를 부수고 쇠파이프로 위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조폭 행태였다. 카젬 사장은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회사의 자산을 파괴하고 같은 식구들을 위협하는 건 어떠한 경우든 용납될 수 없다. 조합원들은 이번 사태가 전체 직원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가 아닌지, 특정 집단의 논리와 주장에 갇힌 투쟁은 아닌지 통렬하게 자성해야 한다. 물론 급여나 성과급 지급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강력한 책임이 따르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사용자는 자신의 직을 걸고, 이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급여를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통 이럴 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에 대해 공유하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는 게 순서다. 노조 집행부의 이날 모습에선 그런 자세가 안 보였다. 사용자에 대한 적대감, 자신의 철밥통만 지키겠다는 이기주의만 보였을 뿐이다. 이처럼 미래가 없는, 싹수 노란 기업에게 혈세를 투입하는 것을 찬성할 국민은 없다.

 특히나 강경투쟁은 지엠 본사의 철수 행보를 가볍게 하고, 정부의 투자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국지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서 정부와 지엠 본사가 지원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드는 것뿐이다. 지금 한국지엠은 칠흑 같은 어둠 속 칼날 위에 서 있다. 노조가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약속해도 과연 존속 가치가 있을지 회의감이 들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생산성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금을 중국 수준으로 내릴 수도 없는 일이요, 효율성 제고로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엠이 미국 본사를 제쳐놓고, 차세대 주력모델의 R&D·제조 기지로 한국지엠을 활용할 리도 만무하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에서 자살특공대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생떼 쓰기는 한국 기업한테나 통하는 짓이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봐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