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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열 인천발전연구원장
필자가 미국 뉴욕에 유학을 갔을 때가 80년대 초였다. 도시정책을 전공했던 터라 그 때 수업시간에서 열심히 토론했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가 도시정부의 재정위기였다.

 나는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정부가 재정파탄을 경험한다는 것은 상상한 적도 없든 일이었다. 심지어 이런 우려도 하였다. 우리하고 상관도 없는 이런 것을 공부해서 나중에 한국에 돌아간다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이제 세월이 흘러 도시정부의 재정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되었다. 오늘날 도시재정위기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70년대 후반 이후 뉴욕을 비롯한 마이애미, LA, 시카고 등 대도시들은 심각한 재정위기를 직면하였다.

 탈산업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도시 내 공장들이 값싼 노동력 지역으로 대규모 유출이 벌어졌고 중상류층의 교외로의 이탈 현상을 직면하였다. 이에 더해 고소득층 주들의 조세저항으로 인한 지방세 수입의 감소도 일어났다. 물론 이 영향은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의 재정파탄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조차도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는 큰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 대부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체로 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50% 대에 머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빈곤은 경제적, 인구적, 정치적 요인 등의 변화로 인한 재정 수입의 한계가 근본적 원인이다. 나아가 민선 단체장들의 지출요구압박도 가세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 예산관리의 핵심 업무는 과다지출 요구에 대한 저지가 최우선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단체장들에게는 과다지출요구를 억제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정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듯이 각 국가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처방도 다를 수 있다. 그동안 각 도시정부들이 중요하게 사용해 온 재정혁신전략을 보면 민영화, 계약, 아웃소싱, 대민 업무 부서들의 사업 부서화 등 새로운 조직관리 기법이 널리 사용 되었으며 사용자 부담금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각 부처 직무 체계의 자체 조정의 허용과 외부 전문가 채용 영역의 확대, 예산의 성과예산 및 산출예산으로의 전환, 재정 운영의 신축성 제고를 위한 총괄경상비 제도의 도입, 효율성 배당 제도나 수익자 부담 원칙 등의 도입, 사업 부서에서의 현금주의 회계 제도보다 발생주의 회계 제도의 도입, 공공서비스 공급에서 지속적 계약 방법의 확대, 계약의 대상으로 민간 부문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정부나 비영리단체로의 확대 적용, 관리계층 수의 축소, 행정정보의 기술화와 조직 리엔지니어링 전략의 통합적 시도 등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조직관리 기법 측면에서의 노력에 더해 기본적으로는 재정혁신을 위해 공공자산의 매각, 이전수입확대 등을 통한 수입증대와 지출감소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표적 예로 인천광역시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인천광역시는 부채도시라는 오명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최선을 다 한 결과 올해 들어 공식적으로 부채도시를 탈출해 재정건전도시가 되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향후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주된 내용을 보면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수입 증가, 자동차 리스수입 확대, 자산매각 등을 통한 수입확대와 인건비 절약, 자본지출 억제 등을 통한 지출 감소를 들 수 있다.

 최근 지방분권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여기서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분권은 경쟁 가치를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지방분권에서는 경쟁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

 재정분권이 이루어지고 난 후 과연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상호 경쟁하는 가운데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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