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부터 남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훼손한 6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천경찰서는 타인의 무덤을 파헤친 뒤 유골을 훼손한 혐의(분묘발굴 및 사체손괴)로 박모(60)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천시 장호원읍 일대 야산에서 새벽을 틈타 무덤 4곳을 삽으로 파헤치고 시신 및 유골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1년 전인 2007년 2월 장호원읍의 한 야산에서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1년가랑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의 땀이 묻은 수건 1장 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범인의 DNA를 보관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고 지난해 공소시효가 끝나 미제로 남았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2월 현장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2007년 사건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박 씨를 검거했다. 박 씨의 집에서는 ‘팠던 묘지, 땅이 얼어 포기했던 묘지, 또 판다’ 등이 적힌 메모지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씨가 조사에서 ‘우주의 신이 보내는 텔레파시를 듣기 위해 유골이 필요했다’는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는 조현병 환자로, 특별한 직업도 없고 피해자들과의 연관관계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11년 전 범행과 일부 범행에 대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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