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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가 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6일 오후 부평공장 카허 카젬 사장실에서 벌이던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전날 카젬 사장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추가적 자금 투입이 없다면 4월에 도래하는 각종 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면서 약속했던 6일, 2차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공지한 거다.

 노조 집행부는 즉각 반발하며 오전부터 사장실을 점거했고, 사측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노사 대립이 고조되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직접 현장을 찾아 양측을 면담하고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한국지엠 소속 노동자가 실종된 지 20여 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명의 군산공장 소속 노동자에 이어 세 번째다. 어찌해야 할까.

# 시민여론 통해 정부 협상력 높여야

최근 카젬 사장은 사내의 한 간담회에서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게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단다. 또한 부품조달 문제로 한국 공장의 일부 라인의 생산이 중단되면, 지엠 본사가 한국 생산 물량을 중국 등으로 돌릴 가능성도 언급했다는 거다.

 한국지엠은 매달, 평균 약 3천억 원의 부품대금을 지급한다. 게다가 보류된 성과급 720억 원과 생산·일반직 직원 월급 1천여억 원, 희망퇴직 신청자 위로금 약 5천억 원 등 4월 한 달에 쓸 필수 비용이 1조 원에 이른다. 이미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까지 생각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배리 엥글 지엠본사 해외사업부 사장도 지난달 26일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3월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 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4월 20일께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정부나 산업은행 지원은 고사하고 자금난으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실사 기간 최소화와 조속 지원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극심한 노사 갈등, 직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협력사의 도산 우려와 대규모 실업 등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과 정부는 실사와 협상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다만 명분이 필요하다. 철수설이 한창일 때 회자된 지엠의 먹튀 논란에 편승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반전 여론이 필요하다는 거다.

 때마침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시가 ‘한국GM 조기 경영 정상화 및 인천지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미국지엠이 오바마 정부의 신속한 지원 결정으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한 사례에서 우리 정부가 나설 명분을 제시했다. 또한 인천 자동차산업은 지역 제조업 매출의 15%,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인천경제의 버팀목이어서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인천경제도 덩달아 무너진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한국지엠과 직접 연관된 일자리만 5만3천여 개, 20만 명의 생계(4인 가족 기준)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거다. 특히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승용차 생산량 비중이 2012년 42.1%에서 2017년 현재 65.7%를 차지한 건 한국지엠 문제가 곧 인천의 문제라는 증거인데, 정부에게 얼마나 더 많은 지원 명분이 필요할까.

# 범시민협의회, 제2의 여야민정 기대

드디어 인천 지역사회가 뭉쳤다. 인천상공회의소와 한국지엠 협력업체 등 경제계에서 시와 시민사회단체에게 범시민협의회를 함께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노사갈등만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지엠의 위기로 협력업체와 대리점, 운송업체, 인천항 종사자 등이 겪는 고통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걸 직접 알릴 요량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자 협력업체를 세계시장으로 이끈 견인차로서, 인천 자동차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성장의 동반자임을 강조하려는 거다.

이제 한국지엠 소속의 우리 노동자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 소속 노동자와 경쟁하는 세상이다. 글로벌사회라는 게 참 얄망궂다. 내일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와 인천경제 살리기 범시민협의회’가 출범한다. 정부의 지엠에 대한 협상력(명분)을 높여주기 위한 이들의 행보에 여야 정치권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특히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운동에서 보여준 여야민정의 성과가 한국지엠의 위기 극복에도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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