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미단시티 내 ‘랑룬 다이아몬드 시티’ 조성은 무산됐다. 이 사업의 규모는 4조 원이다. 책임론으로 지역사회가 떠들썩할 법도 하다. 하지만 잠잠하다. 사업 무산의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에스크로우(escrow) 계좌에 예치된 20여억 원을 둘러싼 다툼으로 사업 자체가 깨졌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본보는 랑룬 그룹의 실체와 그동안의 사업 진행 과정, 문제점, 향후 영종도 미단시티의 개발 방향 등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 상하이 피시 1단계 사업 조감도. <사진=랑룬한국대행사>
중국 부동산투자회사 ‘랑룬(Longrunn) 인터내셔날 그룹’이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내에 추진하려던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이 좌초됐다.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로 계약금 43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랑룬의 자본력과 실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랑룬은 계약금 납부 시한인 지난달 13일 계약금을 준비했다. 20억여 원은 신규 FDI로, 21억여 원은 지난해 1월 하나은행 에스크로우 계좌에 예치한 돈을 활용하라고 랑룬 이사회는 결정했다. 당장 400만 달러의 자금력은 보여 준 셈이다. 하지만 해당 터의 주인인 인천도시공사는 에스크로우 통장에 있는 돈은 이번 사업과 무관해 계약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돈의 처리 방안을 놓고 쌍방 간 동의한 ‘합의서’는 아직까지 없다.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공사는 계약금 미납으로 지난달 14일 토지계약(871억 원 규모) 무효를 공식화했다. 공사는 랑룬이 4년 전 영종도에 들어온 뒤 3차례나 자금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실체가 없는 기업’이라고 했다. 랑룬이 회사의 자본력과 현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재무제표와 주주 구성 등에 관한 서류를 이제껏 제출하지 않았다는 근거도 댔다.

랑룬은 홍콩에 설립한 회사의 법인등록 서류를 공사에 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재무제표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 ‘실체 논란’의 빌미를 랑룬이 제공한 셈이다. 랑룬은 자사가 포함된 대형 개발사업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증빙, 즉 우회적 방식으로만 회사의 실체를 입증했다. 랑룬은 재무제표는 영업 비밀로 공개할 수 없으며, SPC 지분 참여와 상장 파트너사(GGAM·FEC·CYTS·BCL사 등)를 통해 회사의 사업력과 자본력을 충분히 보여 줬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2014년 5월 공사와 랑룬이 미단시티 관련 협약을 맺을 당시 공사 사장과 이사 등이 중국 상하이(上海)를 찾아 랑룬이 추진 중인 ‘상하이 피시(Fish) 관광단지’ 조성 현장(250만㎡)을 둘러보며 회사의 실체를 인정했다고 했다. 2015년 10월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복합리조트 활성화 포럼에서 랑룬 파트너사인 GGAM사와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전 장관 등이 강연에 나서 랑룬의 네트워크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주장이다.

랑룬은 1단계 사업이 완료돼 1조600억 원의 수익을 냈다는 상하이 피시 SPC 법인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상하이 KWG사 및 현안투자유한회사 등과 랑룬이 3대 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자본금은 1천492억 원이다. 호주에서는 ‘쉐라톤 미라지 리조트’ 사업을 FEC·CTFE·스타엔터테인먼트와 랑룬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사업을 끝냈다고 했다.

랑룬 관계자는 "재무제표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영업상 자금과 관계된 모든 구조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랑룬은 컨소시엄의 실적을 나열한 카탈로그가 아닌 자신의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랑룬은 리젠민 회장이 중국 철도회사(China Railway) 등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뒤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뉴제너레이션 세틀라이트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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