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한태원 변호사는 최근 의료기관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과도한 업무정지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사무소를 방문하는 의뢰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의뢰인들은 자신들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의 책임에 비해 너무 가혹한 행정상의 제재처분을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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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K법률사무소 한태원 변호사
이러한 현상은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만을 근거로 의료급여부당금액을 산출한 다음 관련법령에 따라 최고한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경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의 대표적인 근거조문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1호가 있으며, 위 조문에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나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의료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해당 의료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의료기관의 의료급여청구행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이에 대한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의료급여청구행위가 부당한 방법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해당처분이 의료기관에 대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여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예컨대, 환자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여 직접 내원하기 어렵거나 동시에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료기관이 이러한 다상병 환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하루에 두 개의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에도, 이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만약 보건당국이 관련법령을 문언적·형식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여 해석한다면, 위 사안에서도 의료기관이 의료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여야 하다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다상병 환자들은 대체로 경제적 사정도 넉넉하지 아니하여 종합병원에서의 복잡한 치료과정을 받기도 곤란한 상황이며, 의료기관이 이러한 다상병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처방전을 이중으로 발급하더라도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보건당국이 처방전을 이중으로 발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하여 가혹한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은 법률문언 그 자체에만 너무 충실한 나머지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행하는 진료행위의 본질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도외시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의료기관에 대하여 과중한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업무정지처분을 함에 있어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급여청구기간·사회적 비난정도·이익규모 등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의 업무정지 기간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는바, 보건당국도 의료기관에 대한 과도한 행정제재에 대하여 반성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대사회의 복지행정은 개인의 생활조건을 최대한 보장하고 이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의료법」의 입법목적도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바, 보건당국이 의료기관에 대하여 행정처분을 부과함에 있어서도 복지행정의 기본이념과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최대한 부합하는 관점에서 관련법령을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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