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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랑룬 다이아몬드 시티' 사업 대상지<=랑룬한국대행사 제공>
4조5천억 원 규모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이 땅 주인의 통장에 계약금 43억 원이 들어오지 않아 불발됐다. 만약 계약금을 치렀다면 중국 기업은 ‘다이아몬드 시티’를 조성할 수 있었을까? 답은 ‘글쎄올시다’가 맞을 듯하다. 땅 주인인 인천도시공사의 랑룬(Longrunn) 그룹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이미 다른 복합리조트(IR) 투자자에게 해당 터의 일부를 내주려 하고 있었다. 미단시티 내 ‘유보지’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1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14년 5월 랑룬은 영종도 운북동 897 일원 31만㎡를 사겠다며 미단시티개발㈜(MCDC)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세울 계획이었다. 3개월 후 MOU는 실효됐다. 해당 토지 대부분이 채권단에 담보로 설정돼 있고, 일부는 제3자에게 매각된 상황을 알게 된 랑룬이 소유권 이전과 담보신탁 해지·대금 반환 확약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순탄치 못했다. 공사는 담보신탁이 있었다고 해도 돈만 내면 소유권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땅이었다고 했다. 랑룬은 그해 3개의 유한회사(SPC)를 세워 수 건의 협상을 진행하며 토지 확보를 추진했지만 단 한 건도 본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랑룬은 2015년 4월 랑룬·GGAM 컨소시엄을 구성해 MCDC와 두 번째 MOU를 맺었다. 사업대상지를 운북동 1278 일원으로 옮겨 다이아몬드 형상을 한 30만㎡ 규모 땅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때 ‘다이아몬드 시티’가 등장했다. 랑룬은 정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공모에 콘셉트제안서(RFC)와 사업제안서(RFP)를 제출했다. RFP 필수 요건이었던 530억 원을 사전 납부한 모히건선·KCC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이 돈을 중국 FEC사의 은행보증서로 대체하려 했던 랑룬은 탈락했다. 카지노 허가를 얻지 못하자 두 번째 MOU도 실효됐다.

2016년 12월 랑룬·MCDC 간 세 번째 MOU가 맺어졌다. 재투자 의지를 보이기 위해 21억 원을 국내로 들여온 랑룬은 2017년 1월 공사를 포함해 3자간 투자합의(MOA)를 맺었다. 하나은행 에스크로우(Escrow) 계좌에 21억 원이 예치됐다. 사업 부지는 다이아몬드의 절반인 약 18만㎡였다.

랑룬은 이번 땅도 공동주택용지의 제한된 가구 수와 대형 주택형으로 인한 분양 리스크를 뒤늦게 발견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협상으로 토지매매계약은 진전이 없었다. 공동1·2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꾸고 공동3의 가구 수를 늘리는 수정안이 장기간 논의됐지만 타결되지 못했다.

북핵과 ‘사드’ 이슈가 몰아쳤다. 랑룬은 유보지라도 먼저 사려고 했지만 2017년 8월 MOA는 기간 만료로 실효됐다. 그 사이 자금 재조달에 실패한 미단시티의 개발주도권은 MCDC에서 공사로 넘어갔다. 공사는 MOA 실효를 근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동1·2부지를 랑룬이 아닌 IR사업을 원하는 다른 사업자와 협상 중이다. 협상은 꽤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P사가 거론된다.

랑룬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사가 아닌 인천경제청의 문을 두드려 네 번째 MOU를 맺고 지난해 2월 토지매매계약까지 성사시켰다. 하지만 계약금 절반만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들어오면서 계약은 또 무산됐다.

공사 관계자는 "다이아몬드 땅에 대해 랑룬만 기다려서야 되겠느냐"며 "지난해 말부터 공동1·2부지 매각을 다른 사업자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랑룬 관계자는 "랑룬은 일관된 계획과 비전을 제시해 왔지만 4년간 MCDC 사장 4번, 공사 사장 3번이 교체돼 원활한 협의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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