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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예총이 입주해 사용하고 있는 인천문화회관 전경.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최근 진행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인천시연합회(인천예총) 회장 선거가 야합에 의해 부정하게 치러졌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중견 배우 이 모 씨는 최근 치러진 인천예총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10일 양심선언을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은 연극협회 회장 A(63)씨가 지난달 23일 열린 제12대 인천예총 회장 선거 1시간 전 인천예총 사무실에서 협회 대의원들을 모아 놓고 말한 내용이다.

녹취록에는 연극협회에 할당된 6표를 당시 선거에서 당선된 B(62)후보에게 행사하면 연극협회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투표용지를 4등분해 각 협회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향후 어떤 협회에서 이탈표가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인천예총 회장 선거는 총 9개 협회에서 협회별 대의원 6명과 강화지부 1명 등 총 55명이 참여해 투표하는 간접선거 형태다. 특히 협회 대의원은 협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회장 후보자가 협회장 과반수만 끌어들이면 당선이 유력해지는 구조다.

연극협회 회장 A씨는 녹취록에서 "우리는 B후보를 미는데 연극과 영화, 문인, 국악, 무용, 사진협회가 (지지하기로)확정됐다"며 "투표가 끝나면 내가 검표를 하기로 했고, 우리는 이곳(왼쪽 아래)에 도장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후보는 자기가 되면 여기(인천예총) 연습실 돈도 안 받고, 예총의 밤 행사 할 때 50만 원씩 받는 것도 안 받는다더라"며 "예술단이 다른 데로 가고 인천예총 사무실이 인천문화예술회관으로 옮길 경우 연극, 우리 쪽을 먼저 확보해 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대의원이 인천예총 사무실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하자 "이건 정치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시에서 다 결정 난 것"이라며 "문학시어터도 우리가 가져오겠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씨는 B씨가 회장이 되면 연극협회와 사진협회, 무용협회에서 예총 부회장을 맡을 것이라고 대의원들에게 전달했는데, B후보는 당선 직후 해당 3개 협회와 영화협회에서 부회장을 지명했다.

이 모 씨는 "대통령도 잘못하면 자리에서 내려오는데, 이번 선거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양심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B회장은 "내가 당선되면 뭘 주겠다고 A씨와 얘기한 적 없다"며 "나는 당시 깁스를 해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B회장과 약조한 게 아니라 B회장이 당선되면 뺏어오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내가 만들어서, 지어서 한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예총은 사무총장 등 2명을 인천예총으로 보내 각 협회장들에게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청취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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