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우가 나무에 오줌을 누며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다 호랑이와 맞닥뜨렸다. 겁을 먹고 슬금슬금 뒷걸음질하던 여우는 가시덩굴에 걸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됐다. 꼼짝없이 잡아먹힐 처지에 놓인 여우는 꾀주머니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한 가지 꾀를 꺼내 부렸다.

여우는 성큼성큼 호랑이 코앞까지 걸어가 말했다. "나는 천제로부터 백수의 왕으로 임명됐다. 만약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천벌을 받게 될 거야.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 뒤를 따라와 봐.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 달아나는 것을 보게 될 테니."

남다른 인내심을 소유한 호랑이는 순순히 여우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여우의 말대로 마주치는 동물들마다 혼비백산해 꽁지가 빠져라 숨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호랑이는 천벌이 두려워 여우를 놓아주었다.

사실 동물들은 여우 뒤를 따르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난 것이지만 정작 호랑이는 이를 깨닫지 못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망둥이들이 날뛴다. 평소 코빼기도 안보이던 사람들이 몰려나와 흰소리를 반복한다. 말꼬리에 붙은 파리마냥 예비후보자 옆에 바싹 붙어 있는 흰소리꾼. 입만 열면 인맥을 과시하고, 틈만 나면 자기 자랑.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사회 지도층 행세를 하며 거만하다. 예비후보가 고장난 녹음기처럼 ‘그대 없인 못살아’란 노래를 반복해 들려줘서인지, 예비후보자로부터 이어받는 시민들과의 예우의 악수가 자기 것인 양 착각해서인지,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위세를 떤다. 그 꼴이 어이없다.

명심하시라. 시민들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모아 하는 악수가 향한 것은 당신이 아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겠다고 나선 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시민들은 ‘생명계의 70%는 곤충들이 차지하는데 벌레를 닮아가는 인간들이 있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어?’하고 분노를 가라앉히겠지만,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한 표’라는 강력한 살충제로 당신을 박멸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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