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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경기평택항만공사 전략기획팀장
삶의 무게로 인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몸을 이끌고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아비새. 적지 않은 거리와 시간과 장애물을 달리고 보내고 넘고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반복되는 일상이나 반기는 작은 새들과 어미새가 있어 매일이 이리 행복하고 반가움은 배가 된다. 나만의 서재 공간에 각 잡힌 책들을 다시 매만지고 다시 꺼내 들고 그리고 다시 채우고…. 어린 자녀와 매일 퇴근 후 책을 함께 읽고 매 주말마다 서점을 함께 가고, 어린 자녀를 재우고 아내와 한 잔의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 등 작은 행복의 순간이다.

 좋은 책과 한 잔의 커피 그리고 음악을 감상할 때, 힘든 하루를 마치고 욕조에 담긴 따뜻한 물에 나를 맡길 때, 가족과 함께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기보다 저렴한 숨은 맛집을 찾을 때, 좋은 친구와 만나 가벼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때, 일과를 마치고 정돈된 침대 시트 위에 지친 몸을 뉘었을 때, 퇴근 후 현관문을 들어설 때 "아빠~" 하며 맞이해주는 아이를 마주할 때 등 내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의 모습들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 펴낸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을 처음 사용했다.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갓 구운 따뜻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을 느끼는 것’ 등 이 책에서 밝힌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다.

 이 장면을 유추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감정은 사소한 행복이나 확실하게 행복으로 연결된다.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 변화를 일으켰다.

 최근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5.875로 5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2계단이 떨어졌다. SDSN은 1인당 국민소득, 기대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사회의 너그러움 등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주택구입, 취업 등 성취가 불확실한 환경에 직면한 현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만을 추구하고 쫓기보다는 일상에 있어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추구하는 경향들이 짙어지고 있고 소비 트렌드 역시 변화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꼽은 바 있다. 혼술, 셀프 인테리어, 맛집 탐방, 짧은 여행 등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다양한 생활 방식을 실현하며 말이다.

 자기 삶에 만족할 때, 낭비와 사치의 사슬에서 해방돼 작은 행복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질 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평안함이 곧 행복이겠다.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 여유롭고 소박한 삶의 방식. 고대 중국 철학자인 노자는 "만족하는 자가 부유한 자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소확행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가심비(價心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라곰(Lagom;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 오캄(au calme), 휘게(hygge) 등과 함께 심플하게 소박하게 만족해 나아가는 2018년 가장 주목받고 떠오르는 트렌드임에 분명하다.

견고한 사회 지원 시스템과 함께 좋은 공공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며,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통해 행복을 찾고 평안함을 얻기를 희망해본다. 삶에 대한 태도를 2018년 행복 트렌드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추구하고 현실적인 만족을 이루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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