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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문 작곡가
80년대 유행하던 댄스음악에 이어 90년대에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80년대 중반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이탈로 디스코·유로댄스(Italo disco·Eurodance)에서 파생된 새로운 장르들이 하나 둘씩 출몰한 것이다.

 90년대에는 80년대 후반 유행하던 하우스(House) 음악과 이탈로 디스코, 유로댄스 등의 음악에 기반을 두고 나온 곡들이 많다. 악기패턴이나 음색을 듣는 것만으로도 장르가 구분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80년대보다는 점점 더 드럼의 ‘킥 사운드’가 강해지고 보컬 구색들이 신기할 정도로 새로워진다. 그 당시에는 드럼소리의 ‘킥’을 ‘꾹꾹이’라고 불렀었다. 그 정도로 꾹꾹 대는 소리가 제일 강했기 때문이다.

 1990년 발매된 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란 곡이 길거리 리어카 레코드에서 나오고 AVEX JAPAN사의 ‘Super Eurobeat’가 나오기 시작해 대부분의 빠른 댄스음악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90년대는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Ken Laszlo의 ‘Tonight’, ‘Glasses Man’, 독일 출신 듀오 London Boys의 ‘Harlem Desire’ 등 80년대 곡이지만 Extended 버전과 Instrumental 버전들로 연이어 나왔다. 원곡을 가지고 있지만, 또 구하기 힘든 새로운 버전을 찾아 다니던 때였다.

 90년 초중반에 들어서면서 레이브(Rave)와 테크노(Techno) 장르가 함께 등장한다. 2 Unlimited의 ‘No Limit’, Real McCoy의 ‘Another Night’, Aqua의 ‘Barbie Girl’ 등 이런 곡들이 뜰 때마다 항상 아류 프로젝트들이 실로 넘쳐났다.

 레이브, 하드 댄스(Hard Dance), 테크노 등 장르 구분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추구하는 바들이 달라 기반은 이탈로와 유로댄스를 섞어 놓은 종합적인 댄스 음악이라 해도 무난하다.

 90년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트랜스(Trance)라는 몽롱한 장르가 탄생한다. 테크노 음악에서 파생된 장르로서 당시 우리나라에까지는 전파가 되지 않았었다. 국내에서만 음악을 하던 내가 해외에 처음 나와 이 장르를 접하는 순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음악 박람회에 참가한 뒤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CD플레이어로 들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동도 잠시, 그해 몇 달 뒤 나의 음악 판도를 완전히 바꾸게 된 음악을 듣게 된다. 바로 ‘Gouryella’ 다. Gouryella는 네덜란드출신 Ferry Corsten과 Tiesto가 만든 프로젝트 팀이다. ‘Gorella’, ‘Walhalla’, ‘Tenshi’, ‘Ligaya’ 등 훌륭한 곡들을 만들어 낸다. ‘Tenshi’, ‘Ligaya’ 같은 곡의 경우 뮤직 비디오가 당시로서는 생소한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뒤에 Armin van Buuren, Green Court, Airbase 등 훌륭한 디제이 아티스트들이 리믹스 앨범을 내고 메이저 아티스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들의 등장은 이후 세계적인 디제이 아티스트들과, 현재까지 파생되는 장르들을 이끌고가는 계기가 된다. 그 활동의 중심에서 디제이와 프로듀서를 겸하는 아티스트들을 대거 방출해 다시 2000년대 새로운 음악을 주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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