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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계양공원사업소 녹화지원팀장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준 수명은 몇 년일까? 요즘 의료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 운동과 건강관리 등으로 100세 시대를 누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간다면 하늘이 인간에게 내준 수명, 160년은 거뜬히 넘길 추세다.

옛 선각자들은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공기 좋은 산속으로 들어가 기(氣)호흡과 체조, 명상 등으로 수련했다. 1회의 호흡 시간을 길게 가지려는 훈련이다. 보통 사람이 1분에 20회의 호흡을 하는데 비해 氣 수련하는 사람들은 1회의 호흡을 1분 이상 길게 천천히 하려고 노력했다. 즉 신이 생물체별로 내려준 호흡의 수가 정해져 있고 그 호흡의 양을 다 소진하게 되면 숨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숨을 천천히 쉬는 코끼리나, 거북이 등은 수명이 길고, 숨을 할딱할딱 급하게 쉬는 개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동물 중에는 가장 오래 살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만물의 영장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과 삶의 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나무와 비교해 보자. 한 곳에 뿌리내리면 누가 옮기지 않는 한, 그 자리에서 생명을 다하는 ‘나무’. 동물보다 단순한 생육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무는 호흡 방식과 영양 흡수 방식이 단순하다. 그리고 묵묵히 주어진 환경에만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체를 이룬다.

 미국에 생육하고 있는 ‘자이언트 세콰이어’라는 나무는 키가 110m가 넘고 둘레가 10m에 이른다. 수령은 또 어떠한가, 2천 년에 이른다. 어떤 소나무류(Pinus aristata)는 5천 년생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1천100년 동안 살고 있는 용문산의 은행나무다. 인천시에도 오래된 나무가 살고 있다. 강화군 불은면 고능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950년생이고, 장수동 은행나무는 800년생에 이른다. 느티나무 등 500년생이 넘는 나무는 수두룩하다. 800년생인 장수동 은행나무는 수형 그 자체가 아름답고 일품이다. 그야말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명품나무라고 할 수 있다.

 나무의 생명이 긴 이유는 무엇일까? 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 자신이 살아갈 곳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나무, 아파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나무, 자신 내세우지 않고, 다른 생물이 살아 갈 수 있도록 터전으로 내어 주는 나무, 사람에게 휴식공간이 돼 주는 나무,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 수준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인간이 나무보다 더 오래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나무를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겨울 혹독하게 추웠던 때문인가, 미세먼지 때문인가, 올 봄은 유난히 나무 심는 열기가 뜨겁고 활발하게 느껴진다. 나무는 동물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산소를 생산하고, 먼지 흡착, 온난화 방지, 수원함양 등 공익적인 기능이 매우 크다. 3천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의 녹지정책은 맑은 공기를 제공하게 돼 인천시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이룰 것이다. 또한 인천시는 도시녹화 지원을 위해 양묘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역사가 올해로 36년에 이른다. 양묘장에는 118종, 768천 주의 다양한 나무가 양묘되고 있다.

 오랜 동안 축적된 양묘 생산 기술로 인천지역 기후에 적응한 노거수(천연기념물, 유전자보호림 등)의 후손 나무를 생산해 녹화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급속히 변해가는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곤충식이식물인 쉬나무 등 운향과 식물과 밀원식물을 생산 공급해 도시 생태계가 건전하고 풍부하게 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축적된 양묘 생산 기술을 잘 보전하고 발전시켜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녹화지원 식물 종 다양화 정책’을 펼쳐 식물 종을 자원화해야 한다.

 인천 고유 식물 종을 증식하고 지속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양묘 생산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구 기능을 강화해 ‘도시녹화 자원 연구소’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 100년 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양묘 생산 기술이 확보 보전돼 녹화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인천시의 도시 생태계가 건전하게 변화할 것이고, 인천시는 건강 100세 시대에 걸맞은 ‘건강 최고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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