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
민종기 / 대장간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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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현교회 담임목사들이 자식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보면서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중대형 교회의 목회 세습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큰 죄악인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

 우리 시대 하나님의 선지자요, 지식인들의 양심이라 할 만한 손봉호 교수는 서문에서 목회 세습을 신사참배에 필적할 만한 심각한 죄라고 강하게 경고한다.

 나도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를 읽기 전에는 신학교 논문처럼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 민종기의 영적 아버지와도 같은 충현교회 김창인 목사가 목회 세습 후 눈물로 참회하며 회개한 이야기, 목회 세습을 위해 미국에서 유학하던 학생이 세습을 거절하겠다고 결단한 사건 등 저자는 직접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생동감 넘치게 전해준다.

 교회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목회 세습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심각한 죄악으로 여겨진다. 왜일까? 교회 안에 재물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다. 몇 백억 원, 몇 천억 원의 재물이 눈앞에 있는데, 그것을 남에게 주려니 아깝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에 재물을 쌓아 놓지 말아야 한다. 교회 건물은 학교나 강당을 빌려 쓰든지, 아니면 짓더라도 최대한 수수하게 지어야 한다. 1년 예산을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연말 주위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조건 없이 나눠 줘야 한다.

 이 책은 교회의 지도자들인 목사나 장로뿐 아니라 교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을 때 분명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 독자가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를 읽고 감상을 적은 글이다.

 복음의 감격에 건강과 열정, 사재를 털어 헌신해 왔던 영적 지도자들이 이제는 교회를 대물림이 가능한 사유화의 대상으로 잘못 생각하지 않나 우려하는 현실이 됐다.

 특히 대형 교회의 영적 흔들림은 경인지역 120여 개의 중형 교회들의 목회 세습, 편법 세습 현상으로 확산돼 나가고 있다. 주님의 교회를 맡은 대부들이 기득권과 영향력의 대물림을 위한 냄새나는 대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자는 "목회 세습에 대한 또 하나의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목회 세습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다시 묵상하고, 나아가 한국 교회를 위한 새로운 결단과 행동의 동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장수철·이재성 / 휴머니스트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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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두려운 생물학자와 무엇이든 거침없이 질문하는 국어학자가 만나 생물학의 기초를 완성해 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은 2015년 출간돼 학생부터 아저씨까지 1만여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생물학 수업에서 자세히 다루기에 ‘진화’라는 개념은 너무 방대했다. 그래서 독자들을 위한 번외편이자 생물의 기원과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두 아저씨가 다시 뭉쳤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장수철 교수는 오랫동안 대중에게 정확한 진화론을 설명하고자 고심해 왔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이 시작됐다.

 이재성 교수는 일반인 아저씨의 입장을 대변해 정말 궁금하고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물었다. ‘왜 원숭이는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는가’라는 일차원적 질문부터 ‘적자생존은 가장 센 놈만 살아남는 것이다’라는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까지. 진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넘나드는 두 아저씨의 명료하고 유쾌한 일대일 수업을 거치면서 우리는 진화론을 ‘과학’으로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방언의 발견
정승철 / 창비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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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의 발견」은 지난 30년 동안 제주 방언을 연구해 오면서 우리나라 방언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앞장서 온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구도를 사회문화사적으로 추적하는 책이다.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구도를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적 관점에서 추적하는 책으로, 저자는 일제강점기의 소설에서부터 오늘날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우리 문화 속 방언의 위상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과 호흡을 같이 했던 방언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는 것은 언어를 통해 공동의 기억을 구축해 온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또 방언 사용권이 우리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수용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척도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방언을 사용할 권리는 곧 인간의 기본권임을 역설하면서 다름이 차별이 돼서는 안 되고, 그 원칙은 일상생활의 언어에도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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