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레는 민간 신앙에서 나온 말로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일을 말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정월 풍습에도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체하거나 나쁜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생기기도 했다.

 고수레의 기원이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는 고시(高矢)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고시는 단군왕검 때에 농사와 가축을 관장하던 신장(神長)의 이름으로, 그가 죽은 뒤에도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의 표시로 일부를 그에게 먼저 바친 뒤에 먹던 습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고수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고씨례(高氏禮)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로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남지방 어느 고을에 고씨(高氏)성을 가진 한 지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음씨가 좋고 후덕해 자기 땅을 부치는 소작인들에게 소작료를 받기는 했지만, 그해의 소출과 소작인의 집안 사정을 고려해 소작료를 감해주거나 면해줬다. 그래서 그 지역의 농민들은 그를 받들어 존경하게 됐다.

 그 뒤부터 먹을거리가 생기면 고 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고씨례(高氏禮)’라고 외치면서 음식을 조금씩 사방에 뿌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고수레 말고 다른 뜻도 있는데 흰떡을 만들려고 쌀가루를 반죽할 때 끓는 물을 쌀가루에 뿌려 섞어서 물기가 고루 퍼지게 하는 일도 고수레라고 한다. 고수레는 단시간에 어디서나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신앙행위이자, 대자연을 사랑하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에 감사하고, 하찮은 동식물이나 무생물까지도 인격체로 대하는 생명 존중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 남에게 베푸는 나눔 정신과 자기를 지키는 덞 정신이 깃든 인간미 있는 좋은 풍속으로 사람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유아독존이나 독선, 이기주의와 교만이라는 부정적인 면을 지우는 정신으로 ‘욕심을 덜어낸다, 양보한다, 약간 손해본다,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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