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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전북대 겸임교수
알파고의 쓰나미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농업부문은 더 그렇다. 최근 일본의 한 오이 농가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소득을 크게 올렸다. 컴퓨터 시스템 디자이너로 일하던 고이케 마코토는 지난해 고향으로 귀농해 부모님의 오이농장을 도왔다.

그는 농장일을 돕는 동안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 중 하나를 자동화로 개선했다. 고이케는 컴퓨터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신경망 기반 기계학습법인 구글의 오픈소스 딥러닝 플랫폼 텐서플로를 이용해 오이 분류 시스템의 설계에 착수했다. 구글의 고성능 AI 컴퓨터 알파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데이터 농업에 많은 투자를 시작했다. 크런치 베이스에 따르면 2015년 식품 및 농업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46억 달러였다. 이는 전년도 23억 달러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농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연간 94% 씩 증가하고 있다. 타산업 분야 평균 투자 증가율이 44%인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우리 농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은 초보적인 단계다. 아직은 하우스의 개폐와 같은 단순제어기술과 작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복합환경 제어기술이 혼재돼 일부 농가에서 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과연 우리 농업은 미래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해 자문해본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열망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 인공지능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었다. 물론 우리의 농업 농촌은 대부분 소농이고, 다음 세대를 준비할 기술(드론, 농업용 로봇, 스마트팜 등)은 여전히 선진국을 따라 국산화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과연 농업에 무리할 정도로 큰 투자가 가능한가라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분명 비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발동을 걸지 않으면 단기간에 기술혁신과 새로운 산업의 육성이 가능치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나왔을 것이다.

 초기 시장을 견인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아갈 방향을 정했으면 기반이 되는 기술 시장 형성을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우리 농업의 인공지능 응용수준은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염려할 것은 없다. 반도체, ICT(정보통신기술), 로봇 등 타 산업분야의 높은 기술 수준 때문이다. 부족한 기술보다는 오히려 농업의 문제를 농업 내부에서만 해결하려는 전통적 관습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여전히 농업의 문제를 농업 내에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벌써 세상은 인공지능시대로 옮겨가고 있지만 우리 농업은 여전히 잰걸음이다. 세상은 변했지만,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는 실패했던 방법을 더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들이 했던 생각과 같은 생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실 우리 농업 현장에도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과채류 접목 로봇을 현실화한 지 좀 됐고 무인 방제 항공기, 식물공장 로봇, 제초 로봇, 딸기수확 로봇 등도 실험 중이다. 나아가 농장용 데이터 센서의 전국적인 설치, 관측용 드론을 활용한 생육정보 수집망 구성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한 농장부터 유통, 소비자단계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농업빅데이터센터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농업 ICT 분야로 첨단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투자가 과감하게 이뤄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우리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알파고로 촉발된 사회적 관심을 어떻게 농업 혁신의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우리의 관심이 매우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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