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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 침체와 효과적 투자 유인책을 찾지 못해 개발이 지지부진 했던 영종도는 2013년 이후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로 개발방향을 급선회했다. 사진은 영종도 카지노 및 복합리조트 개발 현황. <=인천경제청 제공>

좌초된 미단시티 내 ‘랑룬(Longrunn) 다이아몬드 시티’ 조성사업이 시사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4년간 네 차례의 업무협약(MOU)과 두 차례의 투자합의(MOA)를 맺고 토지매매계약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누구 하나 외국인 투자기업의 실체와 재무구조조차 밝혀 내지 못한 ‘무능 행정’의 극치였다. 반면 안팎으로 척박한 외투 여건과 성사 후 가져올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감안한다면 지나친 규제와 검증보다는 어느 정도 ‘신축성’을 부여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12일 관련 업계와 투자유치 전문가 등에 따르면 카지노 복합리조트(IR) 사업을 미단시티에서 줄곧 벌여 온 랑룬은 이날도 계약(2월 8일자 토지매매계약) 파기의 책임을 인천도시공사에 묻는 자료를 배포했다. 전문가들은 그룹의 본사가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카리브해 버진 아일랜드에 있어도 랑룬이 당당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했다. ‘카지노 무패 신화’와 ‘결과 만능주의’가 빚어낸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랑룬은 카지노 IR이 완성되면 연간 5천 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고 시 전략산업인 마이스(MICE) 분야가 활성화돼 라스베이거스·마카오와 어깨를 견주는 동북아 최고의 IR 집적단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이 랑룬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랑룬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거래를 인용해 계약행위와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가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든지 상관없다는 논리를 폈다. 아파트 계약을 하면서 매수인의 직업과 자금줄까지 캐묻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랑룬의 이 같은 생각은 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심지어 민간투자 전문심의위원들에게도 통했다. 랑룬의 사업제안서는 인천시 투자심의를 거침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국내 카지노사업 전문가들은 랑룬의 주장에 혀를 내두른다.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인 카지노 사업권을 따낸 해외 기업 중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기업 공시를 하지 않은 회사가 없다는 근거를 든다. 특히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국·시책사업을 동네 부동산 거래에 비교하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산 직전까지 몰린 운북복합레저관광단지가 2013년 이후 개발 콘셉트를 카지노 IR사업으로 급선회한 것도 중장기적 검토가 부족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카지노가 들어서는 순간 공익적 목적으로 계획된 주변 토지이용계획이 다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주거·레저·문화·국제학교·다문화 빌리지 등 당초 계획했던 국제복합도시로의 순기능은 이미 퇴색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카지노 IR사업이 천문학적 조성비용을 동반한 개발사업인 만큼 2단계 IR 부문에서의 사업 좌초나 투자비 회수(손익분기점 도달)에 상당한 리스크가 잠재돼 있는 점도 ‘카지노 신화’의 실상이라고 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80%를 웃도는 카지노업의 특성상 ‘북핵과 사드’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중국 방문객 감소로 지난해 299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를 보면 알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외투기업 검증시스템이 현장에서 작동되지 못한 것은 투자 유인책은 별것 없지만 ‘실적’에 급급한 정책결정자들의 한계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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