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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없고 혼탁하기만 한 지방선거

류권홍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소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4월 16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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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소장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일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그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중앙선거가 아니라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유독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의 이슈에 매몰되고 있다.

 그 원인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갈등과 새로운 대화 국면으로의 급격한 전환, 그동안의 성적 불평등과 남성 우월적 사회가 성적 평등사회로 발전해가는 과정의 ‘미투’운동,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정쟁 그리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공격 등 지방선거보다 더 눈길을 끄는 뉴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지역의 쟁점을 부각시키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대통령과 중앙당의 지지율에 의지하려는 중앙 의존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꾸준히 지역에서 지역을 위해 활동하기보다는 중앙정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다시 지방선거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종의 철새다.

 여기에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지역의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지방선거를 중앙의 바람으로 마무리하려는 중앙당들의 전략적 꼼수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정당문화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풀뿌리적 기초가 약하고, 지방선거의 공천마저도 중앙당과 당대표의 독단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런 수준의 지방정치 환경에서는 대통령이 제안한 분권 수준의 지방자치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앙 지향적이면서 지방은 중앙으로 가는 길로만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의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헌법에 몇 줄 지방자치가 더 강화된다고 해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언론과 방송까지 지방선거보다는 중앙의 쟁점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 조금씩 보이는 지방선거 관련 보도는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중심의 승패에 대한 예측뿐이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한 상황은 아니지만, 각 지역마다 이슈를 찾으면서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누구의 정책이 더 타당한지 분석하는 내용을 찾기는 참 어렵다. 지역에 기반을 둔 라디오나 신문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고 위안으로 여긴다.

 이런 정치 현실을 접할 때마다, 그동안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지방자치가 활성화돼야만 지방의 특성에 맞는 발전이 가능하고 성숙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오랜 믿음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청와대도 지방 분권 수준의 지방자치를 헌법으로 명시하겠다고 던져둘 것이 아니라, 우리 지방자치의 수준과 현실,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방향,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경제적 차이를 극복할 방안 등에 대해 공론화하면서 대안을 마련하고 제도적 개선을 먼저 시행했어야 한다. 집권 여당 또한 솔선수범해서 지역당 중심의 공천, 중앙에서만 활동하던 해바라기적 정치인의 공천 배제 등 지금 수준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지방자치 선거가 반복된다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더 멀어지게 된다. 관심이 사라지면,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거나 투표를 하더라도 인물의 됨됨이나 정책의 우수성, 청렴성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커지게 된다. 중앙당들은 이런 구조를 원할 수 있지만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보기 민망한 것은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서 발생하는 네거티브다. 선거는 전쟁에 가깝기 때문에 서로 헐뜯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 인격모독 등은 사라져야 한다. 비도덕적이거나 형사벌을 받은 후보들은 후보등록 자체를 못하게 하고,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는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판단을 받게 해야 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또다시 사회적 네트워크에 정치인들의 얼굴과 특정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지방선거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현상이지만, 자기를 알리기보다는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현 정권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 또한 적폐 아닐까. 정책 중심의 깔끔한 선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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