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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형 과천소방서 예방교육훈련팀장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에서 "도로 위에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소방공무원과 교육생들이 사고로 안타깝게 순직 이후 소방공무원들의 출동 기준이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지난달 9일부터 동물사체 처리 등 비긴급 생활안전분야 출동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던 중이어서 타 시도에서 일어난 순직사고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난해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발표한 2017년도 구조 출동 건수는 19만1천521건으로 2016년 18만1천334건보다 5.6% 증가했다. 이 중 출동원인의 약 65%가 벌집제거나 애완동물 구조 등 생활안전 분야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벌집제거가 3만5천577건(전체의 23.8%)이었으며 동물구조 3만3천331건(22.3%), 교통사고 1만5천441건(10.3%), 잠금장치 개방 1만2천894건(8.6%)순이었다.

 화재 진압 등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출동해야 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단순 문 개방이나 벌집제거 등 생활안전 분야 신고 건수가 해마다 증가해 52.5%를 차지하고 있다.

 생활민원 신고 건수 급증에는 ‘얌체형’사람들도 있어 ‘휴대전화를 산에서 잃어버렸다. 상당히 중요한 문서가 저장돼 있으니 찾아 달라’,‘술에 취했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김치냉장고 작동이 잘 안되는데 와서 봐줘라’,‘하수구에 빠진 차 키 또는 휴대전화, 반지 등을 건져 달라’는 전화에 난색을 표하면 ‘나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국민이 필요해서 부르는데 와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몰상식한 시민들도 있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대처가 늦어져 커다란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시 대형고드름 제거를 위한 비긴급 생활민원 출동으로 인해 화재 현장에 구조대가 늦게 도착해 인명구조가 지연됐다.

 앞으로 이처럼 사람의 안전·생명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동물 포획·벌집 제거·문 따기 등 민원에 대해선 119에 신고를 해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소방청에서는 소방대원이 출동을 거절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담은 ‘생활안전 활동 출동 기준안’을 마련, 시행키로 했다.

119로 출동 요청한 신고 내용을 ▶상황별 기준(긴급, 잠재긴급, 비긴급) ▶유형별 기준(벌집제거, 동물포획, 잠금장치 개방) ▶출동대별 기준(119구조대, 안전센터, 생활안전대) 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벌집제거와 맹견 또는 멧돼지 포획, 태풍 등 강풍으로 인해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가 긴급하게 요구되는 경우 등은 인명피해 우려가 있어 ‘긴급’으로 분류해 기존처럼 출동하게 된다.

 이러한 생활안전 활동 출동 기준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적정하게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불필요한 비긴급 생활민원 신고를 자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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