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초 발표했던 고용 전망을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정부 목표인 ‘취업자 수 32만 명 증가’가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수출에선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가계부채 압박과 가처분소득 감소, 미래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시장도 부진하다. 기업의 신규 투자는 해외에서 이뤄지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사상 최저 수준(71~72%)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4.5%(청년실업률 11.6%)까지 올랐다고 한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이 주를 이루는 도·소매업에서 9만6천 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만 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천문학적인 현금을 쏟아붓고 있건만, 고용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같은 기간 독일의 실업률은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미국도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일본은 2.5%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는 소식까지 접하면 실로 좌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 바로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미·독·일 3국은 ‘제도의 개선’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더 나은 투자환경을 위해 노동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법인세는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으로 ‘투자가 이뤄져야만 신규 일자리 창출과 유효 수요가 늘면서 내수가 활성화되고, 이는 다시 새로운 투자로 이어진다’는 경제적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인기가 없을지라도 국가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가 번영과 국민 복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나마 추진되어온 노동개혁을 모두 원점으로 돌려놓고, 과도한 정규직 전환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처럼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만 밀어붙이다. 그리고선 국소적이고 지엽적인 단기 일자리에만 돈을 쏟아붓는다. 지속가능하며 세수에 기여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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