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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경영학 박사

# 조선 성립은 왕권 견제를 통한 사회시스템 개혁으로  

조선시대는 잘 알다시피 고려 말 천재 정치가인 정도전(1342~1398)이 중국 남송의 주희(朱熹)가 정비한 성리학으로 당시 절대 왕권인 고려를 무너뜨리고 1392년 조선을 창건한다. 당시 조선의 건국 이념은 왕과 사대부의 권력분점을 통하여 시민권으로 보기까지는 무리가 있지만 권력 분점을 통한 국가를 건설했다. 서양의 대부분 나라가 중세의 암흑기에 허덕일 때 동방의 작은 나라가 왕권과 신권(臣權)의 권력분점을 통치이념으로 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이 같은 조선이 속절없이 19세기 말에 허물어지는 원인은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으나, 그 원인 중 하나로 노비제도를 들고 싶다. 노비는 동아시아에서는 그 유래를 찾기 어렵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그 같은 제도는 아예 없다. 특히 노예제도의 표본처럼 보이는 서구에서도 동족을 노비로 삼는 경우는 없고 전쟁포로이거나 이민족을 노비로 활용하는 수준으로 같은 민족을 노비로 활용하는 제도는 조선의 발전을 옥죄게 됐다. 특히 어머니의 신분에 따라 자식의 신분이 정해지는 종모제(從母制)에 기인한다.

 임진왜란 시절 조선의 관병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16일 만에 수도 한양이 점령되는 치욕을 겪은 것은 당시 노비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50%에 달하는 불량사회가 된 것은 성리학의 폐해임을 부정 할 수는 없다. 임진왜란에서 기사회생의 계기를 만든 의병과 이순신 장군의 승리에는 참전하는 노비의 신분을 면천시키는 참전독려가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조선 몰락의 원인은 조선개국 당시의 왕권통제 시스템이 기득권층의 특권 유지를 위한 폐쇄시스템으로 머물며 더 이상의 경쟁을 통한 자기혁신의 부족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할 수가 있겠다.

# 현대 화폐의 인물은 전부 조선시대 성리학 기득권층 위주로

적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화폐 인물은 전부 조선시대의 인물로만 구성돼 있다. 대부분 나라의 화폐의 인물은 근대의 국가를 성립과정에서 큰 역할은 한 인물 중심으로 화폐의 모델이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 인물은 아니지만 모든 국민이 국가 안정과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킨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조차 잘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성리학자들로 체제유지를 위한 이론적 기초를 제시 하였는지는 몰라도 국익증진 혹은 민생발전 등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화폐 발행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나 근대사에 대다수 국민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인물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화폐인물을 변경하려면 적지 않은 이해당사자 집단의 불필요한 의견충돌을 우려하여 다소 부적절하더라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현대 화폐의 인물은 전부 조선시대 성리학 기득권층 위주로

우리나라는 근현대 인물 중 국민의 보편적 존경과 지지를 받는 지도자들이 많지 않다. 이는 근현대가 질곡으로 뒤엉킨 역사를 살아온 세월의 그림자로 치부할 수 있다. 외국의 거리를 거닐 때 현대 인물의 이름으로 명명한 많은 건물 이름과 거리 이름을 접할 때 상당히 부러운 감정이 앞선다.

 지도자는 국가 및 사회가 어려울 때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라는 요구를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같은 자기 희생을 통해 민의를 결집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 같은 인물은 우리 사회에서 찾아 보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는 현재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북한핵의 처리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 시기에 국민 각자가 자기 이익을 주장하는 포퓰리즘과 이기주의로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 혼란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리더의 부재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 자신이 주변을 깔끔히 정리하고 국민에게 모범적 생활을 하는 모습이 비쳐질 때 국민은 자연스럽게 지도자를 존경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을 일정 부분 희생할 용기도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기득권층의 이익 대변자가 되어 버린 조선시대 많은 성리학자 같은 자기 자신의 이익유지를 위한 고루한 담론은 더 이상 서민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또한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미투 운동 등은 이 같은 사회지도층에 대한 배신감을 키우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영면하신 김수한 추기경과 법정 스님의 생전에 행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실천)를 보면서 자신의 종교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존경과 애도를 표한 점은 한국 사회의 지도자가 갖출 덕목으로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의 수호자가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 지도층이 늘어날 때 사회는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지도자로 존경하는 선순환이 되는 것이 아닌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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