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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의 인재론(人才論)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4월 17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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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견고하다. 국민 여론도 대단히 우호적이다.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례 없다는 중론이다. 국회를 비롯해 제정당들이 자기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려니와 칭찬 받을 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이번 지방선거의 후보자 경력란에 ‘문재인’ 이름 석 자가 들어가면 지지율이 10%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까지 있다.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대통령 핵심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고, 내각의 상당수는 임무도 모른 채 한심하다는 평가인데도…….

 작금 정당 공천자를 고르는 경선(일부는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공천이 끝났다)이 한창이다. 당원 반, 시민 반에게 의사를 묻는 방식도 있고, 당원이나 시민들 대상의 여론조사 방식을 하는 등등.

 문제는 어떤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 적합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과연 얼마나 괜찮은 인재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삼국지 무대에서 의협의 사내이자 지모가 출중했고 효심이 극진했던 서서라는 인물이 당대 선비 수경 선생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형주 땅을 다스리는 유표가 ‘훌륭한 인물을 좋아하고 나쁜 자들을 미워한다(善善惡惡)’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 만나 보니 공연한 헛소문이었어요. 그는 ‘훌륭한 인물은 좋아하긴 하지만 등용하여 쓸 줄 모르고(善善而不能用), 나쁜 자들을 미워하지만 제거하지 못하니(惡惡而不能去) 그런 태도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수경 선생이 간단히 대꾸했다. "그건 모든 이들이 다 아는 일인데 뭐 하러 찾아 갔소. 유표는 그거 허명(虛名)일 뿐이오."

 유표는 젊은 시절 ‘팔준(八俊 : 장래가 촉망되는 여덟 명의 인재’ 가운데 하나로 명성을 얻었으나 형주를 다스린 이후에는 어쩐 일인지 현상 유지에 급급하는가 하면 후처가 낳은 어린 아들을 후계자로 세웠다가 폐가망신한 전형으로 꼽히고 말았다.

 이 고사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벌써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고, 지방의원의 경우는 국회의원의 수하에 불과하다는 빈축도 샀다. 돈 선거도 했었고, 바람 선거도 있었다. 무용론도 심상치 않게 등장했었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이름 석 자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적이 없었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추대식’ 전략공천은 야당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이는 유권자의 수준 문제도 있겠으나 인재를 골라 국민들에게 선택해주어야 하는 공당 본연의 책무를 거의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정치 세계에 있어 당리당략이나 정략적 측면은 어쩔 수 없을 터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독 심해 보이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고 한다. 21세기 국제사회의 살벌하고 어지러운 경쟁이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은 운위하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는 마땅히 장래의 이 나라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유권자들도 유표처럼 좋은 인물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고 나쁜 인물에 대해서는 경원한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보면 장래성 있는 인물이 낙선하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 당선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선거판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암담한 상황에서 공당들마저 후보 공천에 삼국지의 유표처럼 허명이라고 할 정도라면 과언일까?

 수경 선생은 훗날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유비의 하소연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그대는 공자님의 말씀을 모르시오. 열 집 정도가 있는 작은 마을(十室之邑)에도 반드시 충심이 있고 신의가 넘치는 인물이 있는(必有忠信) 법이오. 어찌 열심히 찾아보려는 노력은 않고 없다는 말을 그리 쉽게 하시오."

 6·13 지방선거에서 각 당의 공심위는 수경 선생의 지적처럼 어쭙잖은 인물을 손쉽게 고르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진정한 시민의 공복을 택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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