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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택시 운전을 하는 선배 한 분이 머리 염색을 해야겠다고 한다. 평소 시력이 약해진다며 염색이라면 머리를 흔들던 분이기에 그 연유를 물었다.

 대답인즉 젊은 여성들이 택시를 세웠다가 자신의 하얀 머리칼을 보는 순간 노인네가 운전하는 차는 불안해 탈 수 없다며 문을 다시 닫아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고령 택시기사에게 추돌사고를 겪고 보니 절로 수긍이 갔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중 좌측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량에 운전석 앞문과 뒷문을 받혔다. 기가 막힌 것은 가해 차량이 개인택시였다는 사실이다.

 고령으로 보이는 개인택시 기사는 못 보았다며 송구한 표정을 얼굴에 그렸다. 운전 전문가가 어떻게 지나가는 차의 측면을 들이받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무심코 직진을 하다가도 앞에 승용차가 보이면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정상인데 자택인 건너편 아파트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도로 한 차선을 넘어와 반대편 차선을 주행하는 내 차를 들이받았으니 말이다. 원인은 개인택시 기사가 고령인데 있었다.

 지난 가을,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준다는 말을 듣고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했다.

 고령운전자 인지기능 검사에서는 안전하게 움직이는데 필요한 자신과 다른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측정하는 능력(속도 및 거리 측정), 주변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시공간 기억), 적절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지속 주의, 분산 주의)을 측정했다.

 지속 주의 능력은 운전 시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목표물에 꾸준하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분산 주의 능력은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적절하게 주의를 나눠 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시공간 기억 능력은 운전 시 다른 차량이나 도로상황 등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능력이다.

 속도 및 거리 추정 능력은 주변 차량이 얼마나 가까이 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나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흐르는 세월 앞에 나 역시 판단능력이 저하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울러 기능 검사는 65세 이상 고령자뿐 아니라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필요한 교육이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고령 운전자는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하고 특히 야간이나 눈비가 내릴 때는 절대로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첩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의 운전자격을 검증하는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의료기관의 적정검사로 대체키로 했다고 한다.

 자격유지검사는 고령의 대중교통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65~69세는 3년, 70세 이상은 1년마다 시행한다.

 버스 운전자는 작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자격유지검사를 받고 있으며 탈락률은 1.5~2% 수준이다. 이정도 탈락률이라면 택시 기사라고 생존권을 위협받을 만치 다수가 낙오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차량도 출고한 햇수가 지남에 따라 자동차 검사 횟수를 늘리듯 자격유지검사는 고령 택시기사에게 더욱 필요하다. 게다가 요즘 자신의 운전 능력 한계를 느낀 고령자들 중엔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자 자신과 상대방 운전자, 그리고 승객의 안전을 위한 고령 택시기사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생존권 위협을 내세워 반발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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