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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두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북부지사장
정조시대에 시와 글에 능했던 ‘이단전’(李亶佃)이라는 문장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 평량자(패랭이)를 쓰고 다녀 이평량이라 불렸던 그는 진짜 머슴이라는 뜻의 ‘단전’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신분이 낮은 노비였다.

 또한 체구가 작은 왜소증에 언어장애와 시각장애까지 갖고 있었던 중증 장애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체면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천형과도 같은 ‘장애인’이라는 기구한 운명 앞에서도 그는 양반 사대부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시(詩)로 당대에 이름을 크게 떨쳤다고 한다.

 얼굴이 심하게 얽은 생김새와 말까지 더듬거리는 이단전의 모습만으로는 시를 짓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신분상으로나 외모로나 나쁜 조건을 가진 그를 능력만으로 오롯이 인정해준 주인 ‘유언호’와 ‘박지원’과 같은 사대부들이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다른 노비들처럼 논이나 매고 밭을 갈면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이단전이 살던 시대로부터 이미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을 보는 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장애인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소외를 강요받으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4월을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 기간으로 정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고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쳐 왔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 현장에서 그들의 능력이 아닌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인식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와 장애인계의 오랜 노력을 통해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개정돼 5월 29일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모든 사업주가 매년 실시해야 하는 법정 의무교육으로 강화됐고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사업주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이 시대의 수많은 이단전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소중한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그런 사회가 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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