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 섬유가 지나는 조직인 사상판의 곡률이 클수록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안과 김태우 교수팀이 녹내장 의심환자 87명을 대상으로 시신경 내부에 있는 사상판 곡률(휘어진 정도)을 측정해 향후 진행되는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속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기 전 사상판이 뒤로 많이 휘어져 있는 경우 시신경 손상이 빨라지면서 결국 녹내장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사상판이 편평한 환자에서는 시신경 손상이 지속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녹내장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으로, 시신경 장애로 인해 녹내장이 발생하면 시야가 축소돼 답답하게 보이고 나중에는 중심시력이 떨어져 급기야 실명을 야기한다.

이렇듯 녹내장에서 발생하는 시신경 손상은 사상판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데, 사상판은 시신경 섬유가 눈 뒤쪽으로 지나가는 부분에 얼기설기 뚫려 있는 그물 형태의 조직이다. 눈 안의 압력이 높아지면 정상이었던 사상판이 바깥으로 눌리거나 휘고 압착되면서 사상판 구멍들에 변형이 생긴다. 이로 인해 사상판 구멍 사이를 지나가는 시신경 섬유와 혈관에 압박이 가해져 신경이 손상되면서 결국 녹내장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증상 없이 서서히 발병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미 시야 협착이나 뿌옇게 보이는 불편함이 생긴 경우라면 말기 녹내장으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조기 발견하더라도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치료가 중요하며, 40세 이상의 성인은 증상이 없더라도 녹내장 정밀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녹내장으로의 진행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발생 초기부터 적절 대응 및 불필요한 치료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교수는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달과 활발한 연구들을 통해 녹내장의 발병 기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입각한 맞춤 치료의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며 "안압이나 혈류 등 각기 다양한 인자들이 우리 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환자마다 최적화된 치료를 받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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