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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정아 신안산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주머니 속 동전을 꺼내 위로 던졌다가 손바닥으로 잡아본다. 동전은 앞이 나올 것인가 뒤가 나올 것인가?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골라 이것을 9번을 반복했을 때 드믄 경우이긴 하지만 동전은 9회 모두 500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마지막 한 번 더, 동전을 위로 던져 손바닥으로 잡는다. 동전은 500일까? 학 모양일까? 우리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도박적 사고를 만날 수 있다. 혹시 학 모양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면 그 예상 뒤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도 연결될 수 있다.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어", "이제는 한 방 터질 거야." 모든 경우의 수가 각각 독립 시행될 것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우리의 사고에 비합리적 신념이 발휘되고는 한다.

 기도를 하며 고른 여섯 개의 숫자가 이번 로또 당첨 번호이기를 희망하기도 하고, 주사위에 키스를 하거나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베팅을 해야 찍은 말이 들어온다고 믿는 통제력의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특정 옷이나 특정 제스처를 취하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 미신적 사고를 보이기도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국내 모 카지노의 출입문 쪽에 위치한 슬롯머신 앞에 여러 개의 자리를 맡아 놓고 게임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아마도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 많은 금액을 그 슬롯머신 기계에 들이부었기 때문에 그 게임기가 이제 곧 토해낼 때가 되었다. 터질 때가 되었다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 이미 도박으로 인한 폐해가 클수록 더 강화될 수 있다. 도박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클수록, 도박으로 인한 가족적, 사회적 폐해가 클수록, 한 번에 만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고, 후반부로 갈수록 도박에 빠져 드는 시간도 늘어나고, 도박 금액도 높아진다.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와 다른 대인적 사회적 관계도 조금씩 무너진다. 조절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시작했던 수많은 사행성 도박들(경마, 경륜, 카지노, 복권, 스포츠 도박 등)이 내 생활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 한번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 금액과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았는지, 도박 행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또한 도박행위로 인해 가족들이나 다른 지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지는 않았는가? 이 특징은 다른 중독문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추격매수라는 도박중독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다른 문화소비 행위에서 실패했을 때 (찾아간 식당이 맛이 없거나, 주말에 본 영화가 재미없을 때) 우리는 대부분 다시 그 행위를 반복하지 않지만, 사행성 게임에서 손해를 보았을 때 마치 돈을 잃거나 뺏긴 것 같고 돈을 찾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추격매수의 특징으로 인해 도박적 문제는 더 심각해지곤 한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에 살짝 발을 들였다가 지금 그 발을 빼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매일 앱으로 추세를 지켜보면서 때로는 비합리적 신념을 꿈꾸고 있다면, 잠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 안에 있는 도박적 사고를 알아차리고 혹여 그로 인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기 전에 멈추는 것이 맞다. 이미 한발을 들여놓았다고 갈 데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알아 차렸다면 바로 멈추고, 회복하고자 하는 용기를 내는 것도 때로는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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