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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황민 남양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경장

청문감사관실 인권담당 경찰관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변화의 방향에 맞춰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열정으로 노력하면 인권경찰로 도약할 수 있다는 나의 생각을 변화시킨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우리의 시각만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한 번 진단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여성,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초빙해 인권진단을 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을 진행해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첫 시작으로 지역 여성·장애인 단체를 초청해 경찰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뜻밖의 의견이 제시됐다. ‘규정을 개정하거나 시설을 신축할 때 처음부터 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안돼 있는 곳도 많고, 경찰서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점자 블록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통편의시설의 개선을 자치단체와 경찰서에 수없이 민원도 제기하고, 800여 명의 연명서도 제출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결국 설치 단계부터 장애인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공분을 사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거였다. 토론은 끝났지만 ‘장애인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마지막 발언이 귀에 맴돌았다.

그날부터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설치 시 경찰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심의는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다. 그래서 위원회 구성에 장애인(단체)을 위원으로 두는 규정을 명시하자는 결론을 도출했다.

다행히 지난 13일 전국 최초로 장애인(단체)을 위원으로 위촉해 2분기부터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국 확대 시행을 위한 경찰청 건의도 마쳤다. 이를 계기로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인권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다인칭적 인권시각’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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