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카트 멘시크 그림 / 비채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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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X아트’ 프로젝트 최신 단편 「버스데이 걸」이 출간됐다.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트 멘시크의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정갈한 문체와 울림이 있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일본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돼 화제를 모았다.

 영미권에는 ‘버스데이 스토리스’라는 앤솔러지 중 한 편으로 소개됐고, 국내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여자 주인공은 생일날인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이탈리안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입사 이래 10년 동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던 플로어 매니저가 갑자기 병원에 실려 가고, 그녀에게 부탁을 남긴다. "정확히 8시가 되면 사장님이 계시는 608호실에 저녁을 가져다 줘."

 사실 식당 사람들 사이에서 사장님은 굉장히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플로어 매니저 외에는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어째서인지 매일 저녁 그게 어떤 형태이든 치킨 요리만 고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8시를 앞두고 주인공 소녀는 저녁 식사를 나른다. 그리고 한 노신사와 마주한다. 노신사는 소녀에게 몇 살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주인공 소녀의 "실은 오늘이 스무 살 생일이에요"라는 대답에 노신사는 건배를 제의하며 소원을 묻는데.

 스무 살 생일날 밤, 조용한 건배가 끝나고 그녀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담백한 문장, 경쾌한 분량이지만 더없이 묵직한 여운 등 하루키 단편소설의 매력은 물론 빨강과 주황, 핑크 등 강렬한 세 가지 색을 주조색으로 삼은 카트 멘시크의 일러스트도 책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주인공 소녀의 갈등을 과감한 클로즈업 컷을 통해 선명하게 토해내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얼굴 주름을 가리켜 ‘항공사진에 찍힌 깊은 계곡을 떠올리게 했다’는 하루키 특유의 표현을 자신만의 감각적인 그림체로 훌륭히 ‘번역’해 낸다.

 「버스데이 걸」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새로운 차원의 하루키 월드로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왜 저 인간에게 휘둘릴까?
가타다 다마미 / 쌤앤파커스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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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인간은 어디에나 있다. 작게는 꼭 5~10분씩 약속시간에 늦는 친구, 명절 때마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라며 취업이나 결혼 문제에 참견하는 친척, ‘이런 건 상식이지’라며 본인의 상식을 은근슬쩍 강요하는 사람까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곤란하지만 딱히 불만을 표시하자니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주저하게 되는 상황들이다.

 상대가 민폐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민폐 인간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휘둘리는 쪽이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사람까지 있다. 언제까지 그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살 텐가.

 「나는 왜 저 인간에게 휘둘릴까?」는 ‘내 상식이 세상의 상식’인 듯 주위 사람을 마구 휘두르는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이들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들을 잘 분석해 둬야 쉽게 휘둘리지 않을 터.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거나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이 분명 도움 될 것이다.

다동력
호리에 다카후미 / 을류문화사 /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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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다카후미는 「다동력」을 통해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일과 놀이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사고방식, 삶의 방식을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소개한다.

 여러 가지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힘은 ‘다동력’으로,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나 자신의 시간’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목적을 두고 일을 벌이거나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에 목적 따위는 없다고 외친다. 그는 단지 하고 싶은 일과 즐거운 것들을 끊임없이 기획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연결돼 곱셈 효과를 일으키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동력을 발휘해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며 ‘나 자신의 시간’을 갖는다. 로봇이 빼앗지 못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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