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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LPG 충전소에 주차된 택시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1997년 시행된 전액관리제는 말 그대로 하루 수익금 전액을 입금하면 회사가 월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임의로 사납금을 정하는 것은 물론 가스비나 차량 수리비, 사고 처리 비용 등 택시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기사에게 전가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양벌 규정에 따라 회사와 기사 모두 처벌받는다.

이 같은 전액관리제를 놓고 노사 모두 불만이다. 전면 시행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전액관리제를 모든 택시 기사에게 적용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 것"이라며 "업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사납금 제도에서는 사납금만 업체의 매출로 잡혔으나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벌어들인 초과 금액까지 모두 매출로 잡혀 세금에서 큰 손해가 발생한다. 또 사납금제에서는 기본급이 낮고 회사가 책임져야 할 퇴직금이나 4대 보험 금액 부담이 적다. 결국 전액관리제는 회사 입장에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수입관리도 골칫거리다. 전액관리제에 따른 월급제를 전면 시행하면 수입은 낮아지는데, 열심히 일하는 기사나 그렇지 않은 기사에게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항변도 나온다.

기사들도 할 말이 많다. 대부분의 법인택시가 전액관리제 시행을 미루는데다, 초과수익금 분배를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루 수익금을 전액 입금하면 기준금을 초과하는 수입금은 노사가 일정 비율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 하지만 분담 비율과 근로시간 등은 법이 아닌 업체 내 노사 합의로 정해져 허점이 많다는 주장이다. 을인 기사들은 갑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천지역의 한 법인택시 기사 A(51)씨는 "경영투명성과 기사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전액관리제를 만들어 놓고 정작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법적 강제성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며 "초과수익금 분배율에 대해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데, 갑의 입장인 회사는 절대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0시간 넘도록 일해도 초과 수익을 회사에서 많이 가져가는 게 현실"이라며 "그 외에도 공공연히 유류비나 사고 책임비를 불법으로 공제하는 사례가 있다는 건 인천지역 법인택시 기사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전액관리제 관리·감독 기관의 행정력이 택시업계 현장에 제대로 미치지 않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민주택시 인천본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전액관리제 시행 여부를 판단할 때는 회사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류를 가지고 전액관리제 실태를 파악하고 감시한다는 것은 단속이나 감독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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