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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간부 공무원이 여직원의 재임용을 미끼로 상급 간부의 성추행 사실을 입막음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은 이런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성추행한 상급 간부는 되레 상습적 성추행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낸 직원들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인천시의 ‘민낯’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18일 시에 따르면 A(4급)씨는 지난해 상반기 해외 출장에서 동행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은 고위 공무원에게 직접 보고 됐다. 이후 사실관계가 파악됐지만 고위 공무원은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를 불러 호되게 꾸짖고 사과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간부 공무원 B씨는 여직원에게 "내년 재임용해 주겠다"며 A씨의 성추행 사실을 묻고 넘어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A씨는 비슷한 시기 다른 공무원, 관광공사 직원도 성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술자리·노래방 등을 강요하고, 피하는 여직원은 손가락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성평등기본법’ 31조는 국가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확인되면 여성가족부 장관은 관련자를 소속 기관장에게 징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는 이 법을 준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24일 조례로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 내부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면 피해자는 여성정책과 고충상담창구(고충상담원 3인)에 알린다. 이들이 초기 조사를 진행한 뒤 감사관실은 사건을 받아 정식 조사를 벌인다. 이후 고충심의위원회(7인)를 거쳐 인사과는 인사위를 열어 징계처분한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에게 성폭력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위 공무원에게 A씨 사건이 직접 보고된 것이다. 이런데도 시는 A씨에게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교헌 한국노총 공공연맹 인천본부 의장은 "관광공사 등 갑을 관계에 따른 시 산하 공기업 성추행 피해를 전수조사하겠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시에 감사 청구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시청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공직 성범죄는 잦은 부서 이동과 신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 우려로 당사자가 나서기 힘든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고위 공무원은 "지난해 성폭력 사건을 개략적으로 보고받은 사실은 있다"면서도 "왜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근무에 어려움을 호소해 손을 만지고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였던 것이지만 불쾌했을 수 있어 당시 사과하고 현재 좌천성 인사조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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