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점자.jpg
▲ 서수원시외버스터미널 내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규정과 달리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설치돼 있다. 사진=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시각장애인들의 보행편의 제공을 위해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정작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다중이용시설과 도로 등지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이 발바닥의 감각을 통해 보행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점자블록은 횡단지점과 대기지점 등 보행동선의 분기점 위치를 표시하거나 장애물 주위에서 위험을 알리는 경고용 등을 위한 위치 감지 용도의 ‘점형블록’과 점형블록에 연계해 보행 방향을 지시하는 방향 유도 용도의 ‘선형블록’으로 나뉜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안전한 보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설치기준과 다르거나 시각장애인의 보행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다.

서수원시외터미널에는 출입구부터 매표소와 버스 승하차장, 화장실 등 다양한 시설을 잇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설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자블록의 색상은 관련 규정에 따라 황색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눈과 비 등에 미끄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하지 못함에도 불구, 미끄러운 재질인 스테인리스로 설치된 것이다. 특히 스테인리스 점자블록은 빛을 반사시켜 저시력 장애인의 점자블록 인지를 방해한다. 또 대리석 재질의 주변 바닥재 색상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색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까지 유도하는 선형블록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신축된 수원역 환승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환승센터 내 보행동선을 안내하기 위해 곳곳에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점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일부는 선형블록과 연결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웠고, 환승센터와 환승주차장을 연결하는 통로에 설치된 점형블록은 미끄럼 방지를 위한 천으로 덮인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수원역 내부에서는 엘리베이터 주위에 점자블록이 미설치된 곳이 곳곳에서 발견됐고, 성균관대역 계단 앞 점자블록은 계단과의 거리가 가까워 자칫 발을 헛디디는 등의 사고 위험마저 우려되고 있다.

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점자블록 등 규정을 지키지 않고 설치된 시설물로 인해 시각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건축 당시부터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하고, 잘못 설치된 시설물의 교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점자블록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