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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도래하는 4월 24일은 인하대학교가 개교기념일을 맞는 날이다. 이날은 1954년 4월 24일 첫 신입생 입학식을 기념한 것으로, 학교 교명 ‘인하(仁荷)’는 인천(仁川)과 하와이(荷와伊:Hawaii)의 한국식 한자 표기)의 첫 글자를 조합했다. 인천과 하와이의 역사는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한국 최초로 국가 간의 계약을 통한 이민지가 하와이였고 그 출발지가 바로 인천이었다.

하와이는 19세기 초 사탕수수 농업이 크게 발달해 하와이 경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자체 노동력 부족으로 거의 외국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하와이 노동이민은 19세기 중반 중국인(1852)과 일본인(1868)에 이어 20세기 초 한인 이민의 계기가 됐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를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들러 신체검사를 거쳐 태평양을 횡단하는 첫 이민선인 갤릭호를 타고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도착한 인원은 102명인데 출신지별로 보면 제물포 67명, 부평 10명, 강화 교동 9명 등으로 인천 지역이 전체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인천과 하와이는 이민 초기부터 불가분의 관계였다.

 당시 한인 이민자들은 낯선 환경과 고된 노동 속에서 힘들게 번 돈을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고, 무엇보다 자녀교육에 진력해 한인학교를 곳곳에 설립하고 한글교육을 시행함으로써 국권회복과 조국의 얼을 심어줬다.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한인기독학원’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인하대학의 설립은 1952년 12월 중순 한국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인천에 M.I.T.와 같은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한인기독학원 부지를 매각한 대금을 인하공과대학 설립에 희사했다. 이어 다음 해 1953년 2월 인하공과대학 ‘발기취지서’를 발표, "인하대학은 하와이 동포와 국내 동포의 합작에 의해 설립된다는 의의를 지니기에 국공립보다는 사립으로 한다는 점, 학교 이름을 하와이 노동 이민의 출발지(인천)와 목적지(하와이)의 첫 음을 따 ‘인하’로 짓는다는 점, 그리고 설립의 의의가 남북 통일을 촉진하는데까지 이른다는 점" 등을 천명했다. 인하대학의 설립은 당시 최고의 국가정책이었다.

 1968년 9월 14일 한진상사주식회사 조중훈(趙重勳) 대표이사가 ‘학교법인 인하학원’의 제1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1972년 3월 1일자로 ‘인하대학교’가 정식 발족했다.

 이를 계기로 학원의 운영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고, 최신식 실험 실습 및 연구 기재의 신규 도입은 물론 교사, 연구실험실, 실습공장, 선형시험수조, 도서관 및 체육관 등의 시설을 신축하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인하대학의 역사로 보면 ‘제2의 창학’인 셈으로 새로운 중흥과 도약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현재 17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재학생 수에 있어서도 2만 명을 넘는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종합대학 평가에서도 매번 선두 그룹에 랭크돼 있다.

 인하대학은 하와이 동포들의 자녀교육을 담당하던 한인기독학원의 매각대금을 기본으로 하고, 하와이 한인동포의 이민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해외 이민 및 민족운동의 계승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2008년 6월 13일 인천 월미도에 세워진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오늘을 사는 이민의 후손과 국내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한민족공동체의 실제적인 귀환을 구현하고 있다. 호놀룰루시에 조성한 ‘인하공원’에는 미주한인이민 100주년 상징과 이민110주년을 기념해 세운 인하대학교 교훈 ‘진(眞)’ 조형물이 있다. 이러한 명문 사학이 최근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인하대학교의 송도캠퍼스 조성 계획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한진해운 부실채권 투자로 전액 손실을 본 130억 원에 대한 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개교 이래 최초로 현직 총장 해임 사태를 맞은 대학의 실추된 명예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고소와 고발 이전에 동창회, 교직원, 학생,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획기적 변화가 모색되기를 기원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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