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산업단지와 개발제한구역에서 ‘가상화폐 채굴작업’을 벌인 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채굴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적발된 업자들은 지자체 등 관리기관과 입주계약 없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다는 맹점을 악용해 이같은 범죄행위를 멀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32)씨 등 채굴업체 대표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B(39)씨 등 채굴업체 공동대표 4명과 C(59)씨 등 건물주 3명, 불법 건축물을 채굴장으로 임대한 혐의(건축법 위반)로 D(57)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파주의 한 산업단지 안에 공장 건물(859.5㎡)을 빌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간 가상화폐 채굴기(암호해독용 컴퓨터) 1천586대를 위탁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가상화폐 채굴 인터넷 광고를 통해 모집한 40명의 채굴기를 관리해주며 1대당 3만 원의 비용을 받아 총 3억3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임차비가 주변시세 보다 약 30% 싸 개발제한구역에서 불법으로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한 업자들도 줄줄이 적발됐다.

 B씨 등 공동대표 4명은 작년 11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남양주시 내 개발제한구역에서 불법으로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축물 총 3곳(1천233.86㎡)에서 채굴기 1천920대를 돌려 약 760이더리움(ETH·가상화폐의 한 종류)을 채굴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이더리움은 한때 최고가가 250만 원까지 올라갔으나 최근 시세는 50만 원 전후라고 경찰은 전했다. 건물주 C씨 등은 닭농장이나 온실 등으로 허가받은 건축물을 B씨 업체에 채굴장으로 임대해줬다.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이행강제금은 임대인이 내고 벌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부담한다는 내용의 특약조건을 단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채굴업자들은 모두 주택용(가정용) 전기와 비교하면 30∼50%가 저렴한 일반용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 업체의 경우 4개월간 2억원 상당의 전기요금을 냈다.

 경기북부청은 산업단지 및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일반 공장건물을 임대해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현행 건축법상 처벌규정이 따로 없어 국토교통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업주는 대부분 기존에 용산 등에서 컴퓨터 유통 및 판매업을 하던 자들"이라며 "채굴작업 시 24시간 동안 소비전력이 큰 컴퓨터(GPU채굴기)를 켜두는 데 대규모로 동시에 가동하면 화재 위험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초 양주의 한 채굴장에서 전기과부화로 화재가 나 채굴기 48대가 전소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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