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필명)이라 불리는 민주당원 김모 씨의 ‘대선 댓글조작’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드루킹으로부터 메시지만 받았다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소극적으로 메시지를 읽거나 의례적인 답변만 한 것이 아니라, 특정 기사의 링크를 알려주는 적극적인 행위도 했다는 점에서 공모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드루킹은 선거 이후 김 후보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까지 청탁했다. 김정숙 여사도 선거 기간 중 그가 주도한 단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수차례나 격려했다.

사건을 대하는 검·경의 자세는 더욱 논란거리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드루킹의 불법선거운동’과 관련한 선관위 수사 의뢰를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은 드루킹을 체포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김 후보를 수사하지 않았으며, 서울경찰서장은 오히려 두둔하는 발언까지 했다.

 드루킹의 범죄 무대였던 포털의 댓글조작 방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해당 업체들은 아이디당 댓글 수와 등록 시간을 제한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작업을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 사이트의 흥행을 위해 댓글을 유도하고, 댓글 수와 공감 수를 노출시켜 유입자를 끌어 모아야 하는 ‘사익 추구’와 여론조작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사회적 공익’의 딜레마 사이에서 근본적이고 단호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포털 측에서 여론조작이 가능토록 인터넷 환경을 허술하게 방치하고, 그런 틈을 파고든 드루킹 일당이 대선 캠프와 직·간접적인 연계하에 댓글조작 행위를 했는데, 그럼에도 검·경은 권력의 눈치나 보며 상황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주 대법원은 ‘2012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게시토록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원심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선 여전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유권자의 눈을 가려 엉뚱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 결과를 왜곡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운명까지 바꿔버리는 중차대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작은 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최고, 최악의 범죄다. 관련자를 모두 색출해서 철퇴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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