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법정관리 위기에 놓일 때까지 인천은 속수무책이었다. 지역 정치권은 지난 몇 개월간 대책 없는 공명심만 앞세웠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 후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 2월 여야는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대책 마련 범시민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당정 협의과정에서 지역 의견을 대변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지엠의 부실경영을 짚으며 한국지엠의 체질 전환을 촉구<본보 2월 27일 1면 보도>했다.

앞 다투어 조직도 만들었다. 민주당은 ‘한국지엠 대책 태스크포스(TF)’, 한국당은 ‘한국GM 실업위기대책 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은 ‘한국지엠대책단’을 꾸려 대처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시장 후보들에게 협력업체 지원책 토론회를 제안하고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기 정상화’라는 원론에서 맴돌 뿐 위기를 벗어날 지역의 자구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치권은 합의의 관건인 노사 이견을 좁히는 데도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가 결정될 시 지엠사태를 ‘선거용’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상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천지역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는 이번 달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경제 살리기 범시민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 17일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경제 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도 열었다. 범시민협은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와 더불어 ▶노사상생 협력 ▶선 지원 후 실사 ▶협력업체 조속 지원 ▶대리점, 항만·운수 고통 해소 ▶대승적 협상 종결 ▶외투지역 조속 지정 등을 촉구했지만 무엇하나 녹록치 않다.

특히 인천시가 내세웠던 특단의 조치까지 무산되면서 행정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시가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방안으로 추진했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미래형 신기술 투자를 조건으로 정부에서 반려했다. 협력업체에 긴급경영안정자금·특례보증으로 9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퇴직자 관련 대처는 현재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이 한국지엠 부평공장 희망퇴직자 1천79명에 대한 지원 방안만 마련한 상태다.

정작 필요한 1∼3차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직원 등 4만여 명의 근로자, 대리점, 항만·운수업계 종사자에 대한 대책은 마땅치 않아 혼란이 우려된다. 시는 상황이 발생할 시 고용위기지역 지정신청과 범시민협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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