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인천지역 경제가 입는 타격은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한국지엠은 인천에서 제조업 매출의 15%와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협력업체와 판매 대리점, 정비업소 뿐만 아니라 항만·물류업계와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5만3천 개의 일자리와 20만 인천시민의 생계도 달려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불거진 철수설에 인천 경제는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지엠 인천지역 1차 협력업체인 제이피씨오토모티브의 윤관원(62) 회장은 올해 글로벌GM이 주관한 ‘올해의 협력업체(SOY)’ 시상식에 부사장과 미국지사 관계자를 대신 보냈다.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데 상을 받으러 갈 여유가 없어서다. 윤 회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은 고꾸라진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지역의 1∼3차 협력업체는 520개사, 종사자만 3만9천500명에 달한다.

연간 29만∼31만 대의 한국지엠 완성차를 수출하던 인천항도 위기다. 신차 수출이 중단되면 하역과 예·도선, 검수·검정, 선사대리점, 육상 운송업체 등이 매년 입을 직접 손실액만 220억 원으로 추정된다. 170명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부평공장과 인천항을 오가는 한 운전기사는 "올해 들어 일감이 점점 줄며 할부금을 내기 벅찬 차주들이 하나 둘씩 일을 그만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지엠 차량 판매대리점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전국 대리점 305곳 중 20곳이 폐업하고, 3천400명에 달하던 영업사원은 2천 명대로 추락했다. 한국지엠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대리점주 220여 명은 지난 20일 부평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M과 노조, 정부의 싸움에 대리점만 직격탄을 맞았다"며 "세제 지원과 신규 수요 창출, 고용 유지 등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평지역 상권은 ‘올 게 왔다’며 아예 체념한 분위기다. 부평공장 서문 앞 청천동에서 14년째 치킨 집을 운영한다는 A씨는 "한국지엠에 다니는 지인들이 많아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맞은편 상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여) 씨도 "한국지엠 근로자가 많이 이용해 왔는데 걱정"이라며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잘 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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