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좌판에 널린 수산물과 갯벌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어우러져 포구의 정취를 더한다. 한쪽에서는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는 손님과 상인의 흥정 소리가 노랫가락처럼 들린다. 도로 가운데로는 새우젓을 한 차 가득 실은 트럭들도 오간다. 40여 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선주이자 선장인 박노성(68)씨는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오는 10㎏짜리 광어 한 마리를 흥정하고 있다. 1㎏당 2만 원인데 8㎏ 무게만큼만 가격을 받기로 했다.
"만석동 43번지가 제2의 고향이고, 제1의 고향은 북한이야. 가족이 내려와서 부모와 형님은 다 돌아가시고 나랑 막내 둘 남았어. 돛단배에 노를 저어 다니던 때부터 배를 탔으니까 40년은 넘었을 거야. 북성포구는 내 삶의 터전이지. 여기서 벌어 우리 식구들 먹고살고 있으니까. 몇 년은 더 해야지."
평균 40년 이상 배를 타며 고기잡이를 천직으로 생각했던 어민들에게 요즘 근심이 생겼다. 어민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 배가 드나드는 갯벌에 닻이 박히고 등부표(장애물의 위치를 알리는 부표)가 설치됐다. 매립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어민들과 함께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근심이 크다.
전영분(63·여)씨는 바다 사고로 18년 전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배를 운영하면서 수산물을 팔고 있다. 북성포구에 자리잡은 지 올해로 만 37년째다. "우리와는 한마디 상의 없이 저걸(등부표) 띄운 거야. 말이 되느냐고. 동네 사람들하고만 상의하더니 우리에게는 말 한마디 없었어. 젊은 날 여기 와 평생을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무 분해."
또 다른 상인인 김남순(65·여)씨는 "여기가 매립된다고 소문이 나 사람들이 아예 가게에 나오질 않는다"며 "포구를 발전시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적어도 어민들과 상의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매립을 앞둔 북성포구에서 어민과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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