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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부산지방변호사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해사법원 부산설립 범시민추진협의회’는 지난 11일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해양수산 관련 교육 및 연구기관, 해양금융기관, 해양수산관련 기관·단체·업계 등 해양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부산이 해사법원의 최적임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선거에 나설 부산시장 후보들도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약속하라고 각 정당에 요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열린 ‘부산항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해양 강국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의 꿈을 여러분의 열정을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취임 후 4번째 부산 방문이다. "저는 부산항과 조선소를 보면서 자란 부산의 아들"이라고 언급한 걸 보면 부산의 꿈이 이뤄지려나 보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쏠림현상이 논란거리인데 자본금 5조 원, 정원 101명 규모의 한국해양진흥공사도 부산에서 오는 7월에 출범한다니 이제 해양수도에 다름 아니다. 그럼 인천의 각종 현안은 어찌 되는 건가.

# 해사법원, 극지연구소 부산에 뺏길라

‘해사법원 부산설립 범시민추진협의회’ 기자회견 내용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해사법원 유치 경쟁도시인 인천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해양경찰청 이전이 이미 확정된 만큼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해사법원은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안전과 해양 영토 수호 차원에서 벌인 숭고한 인천시민의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운동을 폄하하는 논거일 수 있다. 해사법원 입지 조건을 놓고 벌이는 서울, 인천, 광주, 부산 간 유치경쟁은 ‘해경, 인천 환원’과 무관함에도 마치 정치적 지역안배(?)의 대상인 양 오해를 조장하고 있다.

 유사 사례는 또 있다. 최근 부산시와 ㈔극지해양미래포럼이 연 ‘부산극지타운 조성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한 지역 언론 기자는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가 본원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따라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는 만큼, 북극 연구·활용은 부산시에 주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토론했다. 마치 정부와 정치권이 남극·북극 연구를 인천과 부산에 안배한 듯 오해하기 십상인 기사다. 인천 송도에 일찌감치 둥지 튼 극지연구소를 그간 본원 이전을 빌미 삼아, 갖은 정치력으로 부산 이전을 압박해온 것도 모자란가보다. 통탄할 일이다.

# 중앙정치 대리전 식상, 인천비전은?

그래도 부산 정치권은 집요했다. 지난 대선에서 아예 ‘해양수도 부산’을 대통령 공약으로 삼았다. 이제 남은 건 해양수산부 이전이다. 문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 이전을 법률로 위임한 이상 세종시의 행정수도는 물론이고 부산시의 해양수도도 가능하게 된 거다. 이런 여세라면 해사법원과 극지연구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인천의 해양, 항만, 수산 등과 관련해 남아날 게 없을 것 같다. 최근 인천항 현장에서 목 놓아 외친 ‘항만산업 균형발전 특별법’ 제정 요구가 무색할 따름이다. 부산 출신 해양수산부장관의 인천 조찬행사 불참도 이유가 있었던 거다.

 결국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정치권에 해바라기마냥 눈치 보기로 일관해온 인천 정치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 인천의 현안과 미래 비전을 외면한 정치인은 솎아내야 한다. 이들이 후보로 나서면 ‘선거는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호들갑을 떨 거다.

 이는 ‘인천발전’이란 밑천이 없는 이들의 한결같은 변명일 뿐이다. 정권 뒤에 숨어서 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다. 이에 균형발전이란 미명 아래 송두리째 빼앗긴 인천 주권을 함께 되찾을 동량지재가 절실한 때다. 인천을 위한 지방선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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