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조국 근대화 시기에 미군부대 화물수송, 베트남전 수혜, 항공사업 이권 등 국가라는 우산이 있기에 가능했던 사업들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기업의 오너 일가라면 마땅히 사회적 공리를 중시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귀감을 보이는 게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정반대였다.

 자질과 인성이 부족한 것도 모자라 분노조절 장애까지 겸비한 전형적인 졸부의 모습으로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며 살아간다.

막내딸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은 차라리 조족지혈이다. 모친 이명희 씨는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호텔 직원에게 폭언과 함께 일자리를 빼앗는가 하면, 음식이 식었다는 이유로 공항 라운지에서 그릇까지 내던졌다고 한다.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는 70대 노인을 폭행한 적이 있고, 장녀인 조현아 칼네트워크 대표도 ‘땅콩 회항’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최근엔 이들 일가족이 해외에서 고가품을 구입한 뒤 별도의 공항 통로를 이용해 밀반입하는 등 관세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수혜와 선대 경영의 피땀으로 이뤄진 기업에 군림하면서 직원을 머슴처럼 부리고 사익 추구에 동원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공인으로서의 책임과 책무를 방기한 채 특혜와 특권만 쫓는 상속 재벌에게 과연 무슨 존경심과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재벌 해체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다.

 오너 일가의 그릇된 행태는 비단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직원의 삶의 질, 주주의 투자가치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한다.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가 반드시 낫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자식들도 경영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능력과 인성이 부족하다면, 주주로 남아 배당이나 받게 하고 경영에선 손을 떼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진이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태극기를 반납하고, 한진항공으로 개명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이번 기회에 오너 리스크가 극심한 대한항공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고, 국회에서도 이를 보완하는 개혁 입법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