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23일 오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군산공장에 남은 직원들에 대한 해결책이다. 부평2공장의 신차 배정 문제도 아직은 안갯속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신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도 한국지엠 지분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협력업체들의 어음 담보대출(어음 할인) 문제와 곤두박질친 내수 판매량 회복도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한국지엠 노조는 27일까지 찬반 투표를 벌여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날 노사는 군산공장 직원 680명에 대해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신청이 끝나면 다시 별도 합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지난달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에서 5년간 고용인원을 1만7천 명에서 1만1천 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추가 희망퇴직 후 남은 인원을 부평·창원공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과정에서 ‘직원 감축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부평2공장의 신차 배정은 기존 한국지엠 노사 미래발전위원회 산하에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는 2022년 단종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전이 있는 신차를 이른 시일 내에 배정 받아야 가동률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산은은 노사 합의에 따라 한국지엠에 ‘뉴머니’로 5천억여 원을 신규 투자할 명분이 생겼다. 전제 조건은 글로벌GM의 최소 20대1의 ‘대주주 차등 감자’다. 그러나 글로벌GM은 ‘주주들이 차등 감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비토권 행사 기준 완화 또는 추가자금 투입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지엠 협력업체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쌓여 있다. 협력업체들이 한국지엠으로부터 받는 어음 규모는 연간 5조 원대로 추산된다. 협력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금융권에서 어음할인을 해 주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에 어음 할인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단기 대책"이라며 "한국지엠이 신뢰를 회복하고 이미지를 개선해야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도 한국지엠에 대한 금융 지원책이 나오는 27일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글로벌GM이 산은에 투자확약서를 요구한 시한이 27일이다. 여기에 한국지엠은 당장 25일 사무직 근로자 임금 300억~400억 원, 27일 희망퇴직 위로금 5천억 원 지급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미룬 협력업체 대금까지 합치면 최소 9천억 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대의원 대회를 열어 잠정 합의안을 추인하고 조합원 투표 공고를 낸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 여부를 27일까지 내놓아야 정부가 지원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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