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일 아내와 함께 경북 청도에 있는 운문사 사리암을 찾았다.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아 우습게 생각하고 올라 갔지만 절대 쉬운 곳은 아니었다. 서너 번 쉬어 오르다 보니 한 시간가량이 걸린다.

각종 모임과 올해 70을 넘긴 큰 형님이 돌아가셔서 장사를 치른 나와 아내 모두 심신이 피곤한 탓인지 무척 힘이 들었다. 특히 날씨까지 무더웠고 무릎이 많이 아팠던 아내가 안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쉴 새도 없이 스님과 불자들 사이에 앉아 고성으로 열심히 정근을 한다.

오를 때 힘들어 하던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평상시 모습보다 더 기운이 넘쳐나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아내 옆으로 다가가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육체적으로 힘들 것 같은 아내에게서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그 원동력은 뭘까? 하며 호흡을 깊게 하고는 생각에 잠겨 본다. 예전 설악산 봉정암을 처음 가면서 다녀 올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던 아내가 거뜬히 다녀왔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올라 왔기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집에서 꽤 먼 곳에 있는 사찰을 찾아 다니는 내게 한 친구가 물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 힘들지 않아? 나는 엄두도 못내는데"

나는 그 친구에게 "모든 것은 본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가 가기 싫어서 억지로 간다고 생각하면 힘이 들고 짜증만 날 것이다."

"하지만 기꺼이 받아 들이고 간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고 즐겁게 다녀 올 수 있다"고 답해준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행복 또한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된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행복한 삶을 살려면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이 최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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