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연합뉴스
▲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연합뉴스
"올해 광복절까지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정부가 회사를 다 인수해 책임지라는 주장까지 나왔었습니다." 며칠 전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총회에 참석했던 기업 대표의 말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2년 2개월여 동안 힘겹게 회사를 이끌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분위기가 요즘 밝아졌다. 북한이 지난 21일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핵 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발표하는 등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인천 입주기업들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이 폐쇄할 당시 철수한 지역 입주 기업들은 모두 18곳이다. 인천지역 입주 업체는 봉제 기업이 많은 타 지역과는 달리 기계부품 가공 또는 전기·전자업체가 대다수다. 때문에 정부로부터 설비나 기계부품 등 유형 고정자산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난해 입주 기업 중 한 곳은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충남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 2년간 이들 업체에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산업확충자금, 구조고도화자금 등 총 262억4천2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지만 이들이 받은 보상은 북에 두고 온 설비와 제품 등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원금은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갚아야 할 빚이다. 최근 인천 입주 기업 대표들은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정겹게 들린다.

남북 정상회담에 ‘개성공단 재가동’이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평화 협상이 진전되면 남북 경제협력 방안도 나올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주가도 이를 반영하듯 연일 상승세다. 인천 입주 기업 대표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남북 평화의 교두보와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개성공단 1호 입주 기업인 재영솔루텍 김학권 대표이사 회장은 "개성공단이 다시 열어도 녹이 슬거나 폐기해야 될 설비도 있어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남북이 적극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면 국내 기업이 중국에 못지 않는 기술경쟁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이번 회담은 한반도 5천 년 역사에 남을 중요한 순간"이라며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어리석은 대립은 중단하고 한민족 공동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남북 경제공동체와 신 한반도경제지도 등 현 정부의 공약이 차질 없이 실현되길 바란다"며 "이번 회담이 단순히 개성공단을 넘어 70년의 한반도 질곡을 벗어 던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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