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재단이 다음 달 25일부터 27일까지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103-2 경기상상캠퍼스 일원에서 ‘2018 수원연극축제’를 연다.

이번 연극축제는 경기상상캠퍼스의 다양한 녹지공간을 활용한 야간 거리극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숲 속의 파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보통의 연극제와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무대가 없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수원문화재단은 ‘거리극·서커스·공중퍼포먼스’를 부제로 달았다. 관객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연극이 아닌,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기존의 공간과 시설물을 연극으로 끌어안은 날것 그대로의 공연을 만나 볼 수 있다.

모든 공연은 무료이며, 번거롭게 예매할 필요도 없다. 보고 싶은 공연을 검색해 이를 즐길 마음만 갖고 경기상상캠퍼스를 찾아오면 된다. 3일간 펼쳐질 ‘숲 속의 파티’ 초대장에 적힌 공연 참가작을 살펴본다.

▲ 벨기에 공연팀 서커스 카토엔의 ‘남과 여’.
# 주목할 만한 해외 공연

올해 22회째를 맞는 수원연극축제가 기존 수원화성 행궁광장에서 옛 서울대 농생명대가 들어서 있던 경기상상캠퍼스로 장소를 옮겨 새롭고 참신한 거리공연 예술을 선보인다.

수원시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수원연극축제에는 국내 13개 팀과 해외 6개 팀, 수원연극한마당 9개 팀, 대학 연극동아리를 포함한 생활연극 4개 팀 등 총 32개 팀이 축제의 공간을 수놓는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공연예술제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대형 무대와 개·폐막식 등 의식행사를 지양하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을 골랐다.

해외 작품인 프랑스 트랑스 익스프레스의 ‘인간모빌’은 100t의 크레인을 이용해 배우들을 40m 높이까지 끌어올려 펼치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마치 유아들의 모빌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모빌에 6명의 드러머가 신명난 타악을 연주하고, 공중그네 곡예사가 아찔하면서도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다.

▲ 창작중심 단디의 ‘단디 우화’ 공연 장면.
국내 초연인 5개 해외 작품을 통해 세계 각국의 거리공연 예술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프랑스 딥틱의 ‘해체’는 힙합 댄스 공연으로, 철망을 연결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대립과 갈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스페인 콘타미난도 손리사스의 ‘오직 빠네뿐’은 마임과 마술, 즉흥연기로 ‘웃음의 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

이 밖에 거대한 익룡을 연상시키는 네덜란드 크로즈 액트의 ‘버드맨’ 이동형 거리극, 두 명의 남녀 배우가 삶의 공간을 탐색하는 벨기에의 따뜻한 서커스팀인 카토엔의 ‘남과 여’, 프랑스 유학파 이주형의 줄을 이용한 참여형 설치거리극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 등이 눈길을 끈다.

# 연출력 자랑하는 국내 작품

▲ 서커스창작집단 봉앤줄의 ‘외봉인생’.
탄탄한 연출력으로 무장한 국내 참가작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먼저 끊임없이 걷고 하늘을 향해 봉에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외봉인생’이 있다. 남자에게 높은 곳을 의미하는 ‘하늘’은 일종의 이상향이자 꿈이다. 그는 하늘을 향해 쉬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른다. 관객은 단순하지만 불확정하게 반복되는 남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수원연극축제는 단지 바라보는 축제가 아닌 관객참여형 축제로 열린다.

공동체 퍼포먼스로 워크숍을 통해 거리의 마사지사로 육성된 시민 공연자들이 거리의 시민들을 손님으로 받아 특별한 종이 마사지를 해 주는 비주얼씨어터 꽃의 ‘마사지사’도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에 참여한 관객과 배우 모두가 인간의 나약함을 깨달으면서 이를 안아주고 다함께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시민과 예술가가 사전 워크숍을 통해 함께 만든 가면과 움직임, 아름다운 공간이 만나 만들어지는 창작그룹 노니의 ‘바람노리’도 열린다. 바람들의 숨바꼭질로 시작되는 이동형 거리예술인 이 공연은 일상 공간을 함께 걸으며 시민들에게 익숙한 일상을 다르게 감각하기를 권한다.

예술불꽃 화랑은 배우들이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화염장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의 시청각적 효과가 어우러져 현대사회에서의 노동의 의미와 장인정신의 쇠퇴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불꽃극 ‘불의 노래’를 선보인다.

예술불꽃 화랑은 불과 불꽃이 갖는 무수한 상징성을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다양하게 창작하는 공연팀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40분 동안 연출가 곽창석 씨가 불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불꽃극 형식을 빌려 공연한다.

▲ 창작그룹 노니의 ‘바람노리’. <수원문화재단 제공>
또 광대들의 유쾌한 포장마차 이야기를 담은 연희집단 The광대의 ‘당골포차’, 부력으로 흔들리는 대형 사다리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본능을 섬세히 묘사한 극단 몸꼴의 ‘불량충동 2018’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원문화재단은 올해 지역 연극 활성화를 위한 ‘시민프린지 페스티벌’도 대폭 확대했다. 시에 거주하는 연극인과 시민이 축제의 일원으로 주체적이며 자발적인 참여의 장이자 자생력 강화를 위해 수원극단연합회를 주축으로 시민프린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프린지는 생활연극 활성화를 위해 청춘극장 등 9개 팀의 공연과 시민 낭독 공연 ‘동물 없는 연극’, 시민배우 10여 명이 참여하는 시민연극 아카데미 ‘시리도록 아름다운’을 무대에 올린다.

14-4.jpg
# 임수택 예술감독 인터뷰

연극축제의 총지휘는 임수택 예술감독이 맡았다. 그는 과천한마당축제,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ACC 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총감독 등 주요 국내외 예술행사를 두루 진두지휘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원문화재단이 연극계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거리축제를 연출하는 데 특화된 전문가란 평가를 받고 있는 임 감독을 총예술감독으로 발탁한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임 예술감독과의 일문일답.

-‘숲 속의 파티’는 무슨 뜻인가.

▶이번 연극축제는 그동안 화성행궁광장에서 진행해 왔던 것을 서울농대 부지인 경기상상캠퍼스로 장소를 옮겼다. 경기상상캠퍼스는 비교적 오랫동안 숲이 잘 보존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이런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시민들에게 숲의 공간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공연 슬로건을 ‘숲 속의 파티’로 정했다.

-연극축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숲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진행하는 연극축제는 전국에서 수원이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에 따라 숲이 중심이 되고 숲과 어울리는 작품을 최대한 참가작으로 구성하려고 했다. 연극축제를 찾는 시민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과 희극적이고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 등을 다양하게 포함시켰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경기상상캠퍼스를 찾는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예술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