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난 2011년 ‘웃음’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범죄 스릴러와 역사 패러디 그리고 조크를 버무렸다. 유머가 소설의 배경이자 화두인 동시에 화법이고 형식이다.

 이야기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해 특유의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달려간다. 기발한 유머와 패러디로 인간은 왜 웃는가에 대한 질문에 절묘한 결론을 내린다. 이 책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2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사랑을 하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라 한다. 50세부터는 거꾸로 간다. 50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60세 때는 사랑을 하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5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이가 남아 있는 게 자랑거리, 85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란다.

 올해로 50살, 반백의 나이가 됐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 못했고, 어여쁜 시구절을 쓰지 못했으며 최고의 날들도 발견하지 못한 데서 오는 초조다. 49살과 50살, 심리적 부담감이 다르다.

이토록 내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는 것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을 때’가 아니라 ‘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까닭을 모른 채 죽는 인생에 대한 숙고, 아직 꿈은 남았다.

 우리에겐 날개가 없기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사람 살아갈 길이 정해진 순리가 있다지만 때론 그 순리를 어기고픈 게 인간의 순리다. 앞서 소개한 글귀처럼 앞서 한 자랑거리를 되짚어 해야 할 나이에 들었지만 순리를 따르지 않겠다. 내 나이별 자랑거리는 내가 따로 쌓을 각오다. 막 50줄에 들어선 지금 내 자랑거리는 꿈을 잃은 채 세상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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