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온나라는 물론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북핵으로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21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김정은의 의도가 핵 폐기 선언인지 핵보유국 선언인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다.

남북 정상이 얼굴을 맞대면 같은 민족끼리 대결 대신 평화롭게 살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합의와 선언은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했던 선언이 지켜지지 않은 전례를 비춰 볼 때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클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과 북의 예술단이 서로 오가며 공연을 하는 잠시 동안은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없다. 이제부터는 실타래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와 북한의 본질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는 어느 새 안보불감증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북한 내의 풍계리 핵시설을 폐쇄하고, 더 이상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놓고, 마치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오산이다. 도리어 핵은 완성됐으니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다는 핵 완성 주장에 가깝다.

단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앞에서 버텨내기가 힘들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된 북한체제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헤쳐 나가려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이 평화만 외치고 있을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북과 싸우기에 앞서 안보에서조차 우리끼리 견해가 엇갈려 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어느 한사람이라도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약자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잊으면 안된다. 아무리 평화를 외친들 평화가 거저 오지는 않는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화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 결과가 보증되지도 않고, 검증 방법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의 선언만을 믿고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